요즘 청명 어떻게 지내나요?
비옥한 땅에 정착해 농사를 짓던 농경 시대에는 제때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조선 시대의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은 농업 발전을 위해 힘쓰며, 농사 지침서인 농사직설을 편찬하기도 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 개구리가 잠에서 깨는 경칩,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을 비롯해, 입하,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처서, 추분, 한로, 입동, 소설, 대설, 동지 등 우리는 여전히 이십사절기를 기억하며 옷차림이나 집 정리, 농사 등을 준비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요즘 이십사절기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입춘이 되면 새봄을 맞이하며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한지에 써서 대문에 붙이곤 했다. 이를 ‘입춘축’ 또는 ‘입춘방’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흔한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주로 어르신들이 사는 집에서나 볼 수 있다. 그래도 가끔 아파트 현관문에 입춘축이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이 새삼 느껴진다.
청명과 관련해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청명은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시기로, 양력 4월 5~6일쯤에 해당한다.
청명과 하루 이틀 차이로 한식이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청명조 기록에 따르면,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피워 임금에게 바치면, 임금은 이를 관료에게, 관료는 수령에게, 수령은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묵은 불을 끄고 수령이 새 불을 나눠줄 때까지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었다고 하여 이날을 ‘한식’이라 부르게 되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매일 편하게 밥을 지을 수 있는 요즘은 청명이나 한식보다 ‘식목일’이 더 익숙하다.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나무 심기가 활발했지만, 요즘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나무를 심는 정도다. 대신 개인들은 텃밭을 가꾸거나 작은 화분을 들이며 식목일을 기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실천을 서약하는 것도 식목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명이 지나고 4월 20일쯤이면 ‘모든 곡물이 잠에서 깬다’는 뜻의 곡우가 찾아온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의 비는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베란다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기에 부지런히 모종을 준비하고 심는 것이 좋다. 배추, 당귀, 근대, 부추, 상추, 쑥갓, 강낭콩 등 다양한 작물을 심기에 알맞은 시기이므로, 직접 키운 신선한 채소를 수확하고 싶다면 이 무렵을 놓치지 말자. 차갑고 건조했던 공기가 훈훈해지는 봄이 오면, 새싹이 움트고 벚꽃과 개나리, 목련 등이 화려하게 피어나 보는 이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