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멀리하고, HPV 백신 접종하세요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 부위, 뇌 바닥부터 쇄골 사이에 발생하는 다양한 암을 일컫는다. 이들 암은 주로 후두, 구강, 인두 그리고 갑상선 부위에서 나타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경부암 중 일부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을 통해 두경부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 요인은 흡연과 음주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두경부암 발생 확률이 12~15배 이상 높다. 담배 연기가 지나가는 구강이나 후두, 그리고 식도는 모두 암이 생길 수 있는 위험 지역이다. 음주는 이러한 위험을 더욱 높이며, 흡연과 음주를 같이 하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20~30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도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예를 들어 비인두암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stein-Bar Virus), 구인두암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와 관련이 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HPV가 두경부암, 특히 구인두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HPV 백신은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어 두경부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백신은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HPV의 여러 유형을 예방한다. 자궁경부암 예방 외에도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두경부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HPV 백신 접종이 보편화된 이후 자궁경부암과 함께 HPV 관련 두경부암의 발생률도 감소하고 있다. 남성의 두경부암 발병률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높다고 알려진 만큼 남성들도 HPV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자신을 두경부암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좋다.
두경부암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발음이 이상해지는 경우, 구강에 통증이나 궤양이 생기는 경우,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 등이 있다. 목이나 두경부 부위에 혹이 만져지는 것도 주된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좋다.
두경부암의 치료는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로 이뤄진다. 치료 원칙은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과 외모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뿌리 뽑는 것이다. 치료 방법은 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다. 비인두암은 주로 항암방사선 요법을 사용하고, 구강암은 수술적 치료가 우선되며 이후 항암방사선 요법을 추가해 잔존 암을 제거해야 완치율이 높다. 갑상선암도 수술이 우선으로 시술되고 수술 후 병기에 따라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추가로 한다. 구인두암, 하인두암, 후두암이 초기라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의 단독요법을 시행한다.
두경부암 치료 중 종종 겪는 어려움으로 방사선 치료로 인한 구내염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식사와 체중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를 중단하면 암이 방사선 저항성을 가지게 돼 더 공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 중에도 영양 섭취와 적당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경부암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다. 평소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HPV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 2024년 8월호
- 인하대병원 김지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