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피어나는 언어 ‘수어’
손짓과 표정만으로 마음을 전하는 언어, ‘수어(手語)’. 말소리 없이도 감정을 나누고 세상을 소통하게 만드는 이 특별한 언어 뒤에는 묵묵히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이 조명되며 많은 관심을 받는 요즘,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에서 활동하는 김미숙 수어통역사를 만났다. 수어통역사로 활동하며 농아인과 건청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수어통역사가 왜 필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수어가 가진 따뜻한 힘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에서 근무하는 수어통역사 김미숙입니다. 지금은 미추홀구에서 농아인과 건청인(청각 장애인에 상대하여, 청력의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수어에 대해 알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은 아직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어통역사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A. 외국인을 만나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통역사가 소통을 돕듯이, 수어통역사는 듣고 말하기가 어려운 농아인과 건청인 사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두 언어를 잇는 ‘중간매개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수어는 손동작과 표정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몸의 언어’라고 하는데요. 통역사님이 생각하는 수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수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소통’입니다. 수어를 통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마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글을 써서 소통하는 ‘필담’도 가능하지만, 많은 농아인이 필담을 어려워하시거나 부담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어를 사용하면 보다 자연스럽고 빠르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죠.
Q. 수어가 대한민국의 정식 언어로 인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에서도 수어통역사가 조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선, 수어에 대한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졌어요. 드라마가 방영된 후 수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어 교육을 진행할 때 10명을 모집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원보다 훨씬 많은 분이 지원해서 추가 반을 개설하거나, 온라인(Zoom) 수업까지 운영할 정도였어요.
Q. 수어통역사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나요?
A. 인천에서는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를 중심으로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내 10개 군·구 중 6곳에 수어통역사를 파견하여 농아인들이 필요한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을 돕고 있죠. 현재 34명의 수어통역사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수어통역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우선, 수어통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공인 수어통역사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식적으로 센터에서 통역사로 활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죠. 하지만 일상에서의 수어 통역은 꼭 자격증이 없어도,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어는 단순히 손짓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담긴 언어니까요.
Q. 수어통역을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힘드셨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통역사로 오래 일하다 보니, 한 사람의 생애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요. 어떤 분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장해 학교에 가고, 성인이 되어 또다시 가정을 이루는 과정을 곁에서 함께하며 수어 통역을 해왔죠. 단순한 업무를 넘어, 한 사람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힘든 순간도 있어요. 특히 감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통역할 때요. 예를 들어, 병원진료 후 병명을 전해야 할 때처럼요. 저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통역하는 순간 그분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아요.
Q. 마지막으로 수어통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구민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농아인은 단지 듣고 말하지 못할 뿐이에요. 정상인과 다름없이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죠.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농아인이 다른 장애까지 있을 거라고 오해하기도 해요. 이런 편견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농아인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배려입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모이면,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인천광역시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 미추홀구지회
주소: 인주대로 409-1, 1층(주안동)
문의: ☎ 21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