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나이스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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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막 시작할 즈음 한 주민자치회에서 글쓰기 강의 요청이 들어왔었다. 이웃들과 더 많은 소통을 위해 동네신문을 발행할 계획이란다. 글쓰기와 신문 발행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울 예정인데,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주민들인데다 대부분 중년 이상이니 쉽고 실용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받았다. 동네 주변에서 취재와 인터뷰를 실제 경험해보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안을 짰다. 하지만 강의를 며칠 앞두고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든 일정은 비대면 온라인 화상강의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몇 번 화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었으나 여전히 내겐 낯설고 어색했다. 수강하는 주민들은 대개 이미 익숙한 듯 다양한 배경화면을 넣거나,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건 청소년 두 명을 빼면 수강생들 나이가 50대 중후반에서 60대라는 점이다. 손주를 둔 젊은 할아버지도 온택트에 능수능란했다.

20시간을 한 달간 진행 예정이었는데 2주차쯤 되자 나도 그렇고 수강생들도 점점 지루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의 중 음소거는 당연했지만 비디오 화면을 꺼놓는 경우도 많아졌다. 화면의 얼굴을 보며 짧은 대화라도 나누다가 얼굴 대신 까맣게 꺼진 상대 화면들을 바라보며 강의하려니 독방에서 모노로그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민자치회에 제안했다. 인원을 나누더라도 마지막 몇 시간은 서로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하자고.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은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며 뜨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에 이르러서야 첫 대면을 하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수업은 정말 뜨거웠다. 수강생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진 긴 시간이었음에도 지칠 줄 몰랐다. 특히 2명씩 조를 나눠 서로 인터뷰를 하는 실습은 내가 나서서 강제로 끊고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들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아니 대화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수업이 끝난 뒤 수강생들은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모든 참여자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다시 한번 이런 자리를 갖자며 못내 아쉬워했다. 한국에 온 지 8, 3년 됐다는 중국 출신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

이웃과 소통을 위해 동네신문을 만들려고 참여한 분들에게 나의 글쓰기나 미디어 이론은 텍스트에 불과했다.

20시간 랜선을 통한 소통보다 이렇게 직접 만나 상대의 눈을 보고 옷차림을 보고 육성을 듣는 단 몇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소통인지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20년 넘게 소통분야에서 일했지만 진짜 소통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됐으니.

이 글이 실린 <나이스미추>살기 좋은 미추홀구라는 의미이자 만나서 반갑다는 뜻의 ‘Nice to meet you’의 뜻도 있다. 미추홀구 주민들이 이웃과 직접 얼굴 보고 반갑게 나이스미추하며 인사를 나누는 날은 언제 올까. 올가을은 ‘ON택트가 아닌 택트가 가능한 계절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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