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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동 오래된 주택가 골목. 하얀 벽면에 연분홍색 기왓장

지붕을 얹은 단층 건물이 시선을 끈다. 건물 앞엔 나무 바닥의 테라스가, 지붕 위엔 하얀 전구들이 매달려 있다. 얼핏 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일러스트레이터 이영지 대표가 운영하는 아트테이블(독정이로100번길 19)이다. 그의 작업 공간이자 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좌가 열리는 공간이다.

작년 초만 해도 이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이 대표는 2019년 인천시에서 진행한 빈집 활용 지원 사업 우수 아이디어 공모전에 지원해 71건 중 1등을 차지해 이곳에 들어왔다.

처음엔 마당에 나무가 우거져 있고 벽도 빨간색이어서 을씨년스러웠어요. 이곳이 골목은 좁아도 차량도 많이 지나다니고 오가는 분들이 많은데, 다시는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예쁘게 인테리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벽면을 하얗게, 지붕을 분홍색으로 칠한 건 이 때문이었다. 어두침침하던 마당에 나무 테라스를 설치하니 동네 아이들이 먼저 뛰어 올라왔다. 구청에서 놓아 준 긴 의자는 동네 할머니들의 아지트가 됐고, 어느새 분홍 지붕 집은 동네 명물이 됐다.

이제 문을 연 지 1. 이웃 중엔 이곳이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여전히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인쇄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요즘은 대부분 큰 기계로 대량인쇄를 하지만 예전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인쇄를 했거든요. 판화 찍는 거랑 비슷하죠.”

옛날 방식의 인쇄 작업이 이뤄지는 이곳을 이 대표는 빈티지 인쇄소라 부른다. 레터프레스, 리소그라피, 실크스크린 등 일반 사람에겐 생소한 인쇄 방식이지만 결과물은 친근하고 익숙하다. 그는 빈티지 인쇄 방식을 이용해 에코백 만들기, 엽서와 명함 만들기 등 수업을 열고 있다. 대부분 지원사업으로 주민들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그는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에코백은 페트병을 활용한 원단을 어렵게 수급해 주문 제작했고, 인쇄물에는 수성잉크와 비삼림파괴 인증을 받은 종이만을 사용한다. 수성잉크라도 완전히 마른 후엔 물이 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비용은 더 들지만, 인쇄업 특성상 친환경과 거리가 먼 작업이 많아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고 싶다. 지난해 60여명, 올해 50여명의 주민이 이곳에서 빈티지 인쇄물의 독특한 맛을 봤다. 벌써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다.

이 대표는 취미가 직업이 된 경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회사에서 웹디자인을 하던 중 공허감을 느꼈다.

웹디자인이라는 게 손으로 만져지는 게 없잖아요.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때 그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인쇄 작업이었다. 서울 홍대와 충무로, 을지로 등을 찾아다니며 옛날 인쇄 작업을 배웠다. 사비를 들여 인쇄기기도 장만했다. 엽서와 명함, 친구들 청첩장을 그저 좋아서찍다가 주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수업을 열기로 했다. 그의 수업은 20대부터 60대까지, 사회 초년생과 경력 중단 여성 등 다양한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자신이 직접 그린 손 그림이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 작업을 거쳐 천과 종이에 인쇄돼 나오는 과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이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살다 보면 뿌듯한 기분, 만족감을 얻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런 작업을 하면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작업 결과물을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그는 내년에도 인쇄 수업으로 주민들을 만난다. 여기에 아이패드로 그림그리기 수업을 새로 열 계획이다. 그림그리기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수업으로 이미 장비들도 갖춰 놓았다. 그는 자신의 엄마에게도 자신의 작업을 배우길 권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즐길 수 있고, 삶을 재밌게 만드는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트테이블예술(Art)’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예술의 판이 마련된 공간 아트테이블. 분홍 지붕에 밝은 전구를 밝히고 주민들을 기다린다.

문의 710-3372 ns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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