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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버리는 걸 잘 못한다. 가족 세 명이 사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가 시일이 지날수록 비좁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관문을 열고 가장 먼저 만나는 신발장 위엔 날짜 지난 신문이 쌓여 있다. 보통 3~4주를 기다렸다가 다른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배출한다. 거실장 두 번째 서랍에는 포장지, 헝겊, 봉투, 끈 등이 가득하다. 다들 제 역할을 하고 난 것들이다. 부엌장 한쪽에는 크고 작은 유리병들이 빼곡하다. 내용물을 먹은 뒤 씻어 건조해 놓았다.

서랍 정리를 하다가 고등학생 때 외출증을 발견했다. 수십 년 된 유물급 추억을 친구들 단톡방에 올리자 놀랍다’, ‘그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나의 습성을 잘 아는 한 친구는 정리 정돈을 잘하려면 먼저 잘 버려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의 비용을 생각할 때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선뜻 버리지 못하는 건 버릴 결심을 하고 실행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버리는 용기에서 통제의 힘이 생긴다고 한다.


얼마 전 산 실내용 민소매 원피스의 치명적 단점은 앞뒤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넉넉하고 편안해 손이 자주 갔지만 거꾸로 입기 일쑤였다. 거실장 서랍 속 잡동사니를 소환했다. 초록색, 파란색 헝겊 조각으로 작은 코르사주를 만들었다. 원피스 앞판에 꿰매 붙이니 보기에 괜찮았다. 이제 원피스를 입었다 벗은 후 다시 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후배는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신문지 뭉치를 보더니 반색했다. 요즘엔 신문지가 귀하다면서 신문들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는데 모종할 때 모판 구멍 막는 용도로 신문지가 안성맞춤이란다. 신문지를 가져가며 후배는 내게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더 고마웠다. 귀한 쌀을 키우는 과정에 일조한 듯한 기분을 선물받았으니까.

부엌장에 있는 유리병들도 의미 있는 쓰임을 기다리고 있다. 채소 피클을 만들어 담아 이웃과 나누려 한다. 오이나 당근, 양파, 비트 등 재료는 깐깐하게 고를 것이다. 재활용 유리병에 담기지만, 맛과 영양만큼은 최고일 수 있도록.


비움의 미학, 미니멀리즘, 절제된 인테리어가 대세인 시대이다. 하지만 무조건 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애초부터 버릴 것을 들이지 않는 게 최선이다. 기왕 들였다면 버리지 않을 결심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도시에 사는 우리는 대략 두 달마다 각자 몸무게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게다가 쓰고 버리는 물건은 갈수록 늘어난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버린 쓰레기를 묻어온 인천수도권매립지의 사용기한이 2025년 끝난다. 불과 3년 뒤에는 인천과 서울, 경기 지역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대체 매립지는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조만간 심각한 쓰레기 대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야 한다. 이제부터 구매하기 전에 꼭 필요한 물건인지 두 번 세 번 생각하자. 구매해 사용했다면 다시 쓰거나 나눌 방법을 찾아보자. 버려야만 한다면 일반용과 재활용으로 분리해 배출하자. 그게 지구와 후손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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