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태풍 카눈이 지나가고 입추도 말복도 지났지만, 더위는 여전하다. 얼마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번 여름 우리는 조금만 밖을 돌아다녀도 땀을 뻘뻘 흘리고 피로해지는 경험을 했다. 매년 여름마다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는 느낌과 높은 습도, 30℃의 고온을 견뎌내고 있지만 늘 힘들다. 밤에는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열대야가 밤새 괴롭힌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 ‘온열질환’이다.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사병이나 열사병, 열경련, 열피로, 열발진 등이 대표적인 온열질환이다. 무더운 날 한낮에 구토, 고열, 어지럼증, 무력감 등을 넘어 의식변화까지 보인다면 위급한 상황이므로 신속히 체온을 낮추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장시간 고온에 노출돼 무리한 신체활동을 하면 땀으로 많은 수분과 전해질이 배출된다. 이로 인해 붉은 뾰루지 또는 물집이 생기는 증상(열발진), 근육경련(열경련), 현기증, 무기력(열피로), 실신(열실신)이 일어날 수 있고 이를 통칭 일사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온의 환경, 수분과 전해질 결핍이 지속되면 우리 몸에 있는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중추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체온은 더욱 오르게 되고 수분과 전해질 결핍이 더욱 가속화돼 열사병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열사병은 온열손상 중 가장 심각한 단계로 체온이 40℃ 이상으로 올라가지만 땀이 나지 않고 의식변화를 일으키는 응급질환이다. 심하면 급성신부전, 쇼크로 이어져 사망하기도 한다. 열이 유독 많이 나는 것으로 인식되는 부위에는 아이스팩을 대고 열을 내려야 한다. 또 환자가 쓰러졌을 경우에는 바닥이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머리나 목 부위를 다치는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환자를 무리해서 옮기기보다는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통해 조심스럽게 옮겨야 한다. 온열질환의 예방에는 평소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에는 기본적인 건강관리는 필수이며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평소보다 더욱 자주 마셔야 한다.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몸은 이미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소량의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되도록 햇빛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외출을 되도록 삼가거나 부득이한 외출 시에는 그늘진 장소를 찾아야 한다. 야외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경우는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들은 온열질환에 취약하므로 이런 시기에는 주변에 독거노인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더위를 인지하고 지혜롭게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