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A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급의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일도 있었다.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이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교권 침해에 대응해 교사들의 인권과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인천광역시교육청에 따르면 교권 침해 사례는 2020년 48건, 2021년 72건, 2022년 17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3년 7월 기준 130건이 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 전년도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교권 침해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부당한 민원이었다. 이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 무시, 반항, 학생의 폭언과 폭행, 학부모의 폭언과 폭행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 교육 현장에서도 교권 피해 사례는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인천의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고등학생이 수업 시간에 자신의 잠을 깨웠다는 이유로 40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인천의 B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에 대해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폭행했다고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했으나 2개월의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교사들은 이런 피해를 받고도 해당 학생들이 교권보호위원회에 나와 출석정지 등의 징계 후에 학교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침묵하는 교사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끼는 것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모 국회의원실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는 100명에 달한다. 이는 이번 사례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도록 교육 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나설 차례다. 적어도 교사들이 교권 침해로 인해 더 이상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동료 교사의 죽음으로 폭발한 전국 3만여 교사들의 분노는 폭염보다 뜨거웠다.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달 29일 3만명의 일선 교사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비통스러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온 것이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무더운 날씨에 전국의 교사들을 아스팔트 위로 내몬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학교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선생님은 미성숙한 존재인 아이들을 교육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은 온전히 교육할 수 있어야 하며 아이들도 온전히 교육받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3만 교사들의 외침과 함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