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첩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봄이 들어서는 날을 맞아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입춘과 대보름은 우리의 중요한 전통 명절로, 자연의 변화와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데, 올해는 2월 3일이다. 겨울의 끝자락 입춘은 봄이 시작되는 날로, 농사를 준비하는 날로도 여겨졌다. 이때부터 겨울의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따뜻한 날씨가 다가오면서 자연의 변화가 시작된다. 입춘을 맞아서 사람들은 ‘입춘첩’이라고 하는 글귀를 집 문에 붙여서 새로운 해의 복을 기원한다. 농민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농사를 시작하며 씨앗을 뿌리거나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한다. 추위를 이겨낸 햇나물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기도 한다.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은 다가오는 봄을 기념하는 날로, 요즘은 많이 잊혀졌지만 전통적으로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내던 명절이었다. 이날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가족들과 함께 오곡밥을 먹으면서 풍년과 건강을 기원한다. 오곡밥은 찹쌀, 수수, 팥, 검은콩, 조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서 만드는 것인데, 공동체의 풍요를 상징한다. 필자도 어릴 때 대보름 전날 밤, 친구들이랑 바가지를 들고 환한 달빛 아래 집집마다 돌면서 오곡밥이나 찰밥, 나물무침 등을 얻어 나눠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대보름 아침엔 나이 수만큼 부럼을 깨물어 먹으며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풍습도 있다.
입춘과 대보름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나 명절을 넘어 공동체의 단합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던 의미가 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복을 기원하며 이런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자연과 인간의 삶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이 끊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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