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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없으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것. 바로 신발이다. 신발이 불편하면 하루가

괴롭다. 그렇다고 마냥 편하게 신자니 스타일을

살리기 쉽지 않다. 44년 차 신발 장인은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까. ‘베로나 수제화’(석정로 368) 도현동 사장이 시원스레 웃으며 답한다.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게 장인이죠.”

주안 북부역 인근에 있는 신발 가게 베로나 수제화는 보기 드문 오래된 수제화 전문점이다. 구두와 스니커즈, 샌들, 로퍼 등 33(10) 공간에 빼곡히 진열된 신발은 모두 도 사장이 직접 디자인하고 최종 검수를 거친 작품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어느덧 60줄에 들어섰으니 신발은 곧 그의 삶이기도 하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와 형, 매형이 구두 만드는 일을 했고, 명동에 매장도 갖고 있었죠. 뒷바라지해 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저도 돈을 벌어야 했어요. 그래서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는 명동의 구두 공장에 견습생으로 들어가 선배에게 맞으며일을 배웠다. 기술을 완전히 익혔을 무렵, 서글서글하고 친근감 있는 그를 구두 매장 영업부장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저더러 공장보다는 매장에서 일하는 게 좋겠다는 거예요. 저도 기술은 다 배웠으니 매장 한 번 해보자, 싶었죠. 구두만큼은 자신이 있었거든요.”

1986년 용산 신동아쇼핑에 첫 매장을 열었다. 영업부장들의 안목은 옳았다. 차츰 주문이 늘었고 구매자의 반응도 좋았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강남에 매장을 여는 등 사업세를 넓혀갔다. 어느 날 구두 잘 팔린다는 소문을 듣고 인천 희망백화점 영업상무가 그를 찾아왔다. 매장을 내달라는 제안이었다.

인천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고, 직원들도 다 반대했어요. 상무님이 몇 번이나 찾아오시는 걸 보니 그분의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1993년 희망백화점에 발을 들여놓았다. 인천과의 인연이 시작한 순간이다. 장사는 기대 이상으로 잘 됐다. 사업이 점점 확장돼 뉴코아백화점 전국 23개 매장에 그가 만든 구두가 진열됐다. 눈앞에 성공만 보이던 그때, 아이엠에프(IMF)가 터졌다. 백화점 본점의 부도를 시작으로 전국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그는 납품했던 구두값을 돌려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 버텨주길 기대했던 희망백화점도 부도를 맞았다.

완전 쫄딱 망했죠. 남은 건 아파트 하난데, 그마저도 압류를 당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부도난 어음의 일부를 보상받아 주안의 한 건물 지하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 구두 가게를 차렸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던 그곳에서 그는 최선을 다해 구두를 만들고 정성으로 고객을 대했다. 국내 공장에서 국내 기술로 생산한 신발만 판매한다는 것, 혹여 불편한 신발은 끝까지 책임지고 고쳐 준다는 것. 이 두 가지 원칙을 세우고 철저히 지켰다.

편하고, 예쁘고, 튼튼한신발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얼마 후 지하 가게가 지상으로 올라왔고,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24년 동안 살아남았다. 그가 스스로 세운 원칙은 어느새 삶의 철학이 됐다.

손님 뜻이 제일 중요해요. 내가 아무리 명장이고 장인이라도 손님이 불편하다고 하면 손님 말이 맞는 거예요.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달라서 불편한 데도 다르거든요. 끝까지 책임지고 편하게 만드는 게 진짜 장인이고, 그게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해요. 초심을 잃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죠.”

그는 요즘도 텔레비전이나 잡지 한 장 허투루 보지 않는다. ‘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시상식에서 신은 신발을 그대로 만들어 매장에 진열해두기도 했다. 화려함과 중후함, 산뜻함과 세련됨을 고루 갖춘 디자인에 편하고 좋은 소재를 사용한 신발의 진가를 알아보고 단골이 된 고객만 3,500. 인터뷰를 진행한 한 시간 동안에도 두 명의 단골이 그의 신발을 구매했다.

미추홀구는 제게 아주 의미가 깊어요. 여기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니까요. 이 외진 곳까지 오셔서 제 구두를 신어주시고, 주위에 많이 알려준 주민들한테 감사하죠.”

발 편하다, 신발 예쁘다는 칭찬만큼 그를 기쁘게 하는 말은 없다. 그 말을 더 많이 듣기 위해 그는 오늘도 손님의 발을 향해 허리를 구부리고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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