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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린위탕은 인간이 항상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도 학문도 아닌 음식이다라는 유명한 문장을 썼다. 히포크라테스도 많은 글에서, 질병 치료 과정에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료실에서 환자,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음식과 보조식품이다. 이는 우리나라 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주요 관심사인 것 같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운동, 식사, 체중 조절 등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권고안의 내용은 매우 길지만, 그중 이런 내용이 있다. “암 치료 결과를 개선하거나 치료 독성을 줄이기 위해 식습관을 개선·변경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특정한 식습관이나 음식이 암 치료의 일부로 인정받기 위한 근거는 현재 거의 없다.”

암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특정 음식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와 같은 신체적 부담이 있는 기간 동안 칼로리와 단백질 보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충분하다. 그런데 가끔 진료실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서 음식 문제로 서로 말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보호자들은 환자가 올바른 식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영양 보충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여겨, 안타까워한다. 반대로 암 치료에 좋다는 음식을 왜 안 챙겨주느냐라며 보호자에게 원망의 마음을 품는 환자도 있다. 음식에 있어서 정확한 정답은 없다. 치료 때문에 힘든 기간에는 그저 환자가 원하는 맛있는 음식을 잘 드시는 게, 음식으로 인한 가족 간 스트레스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매 끼니 먹을 음식을 고민하고, 암 치료에 좋다는 식품들만 찾아다니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암 환자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인데, 또 하나의 고통을 가중하지 않으면 좋겠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임상종양학회 권고안에는 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은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만약 환자의 식사 문제 때문에 계속 고민이라면 환자와 보호자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 전에, 의료진과 논의하길 바란다. 치료 기간 동안에는 신체적 허약함이 동반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진의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보호자의 걱정이 지나치다면 의료진이 이를 안심시켜줄 수도 있고, 환자가 식사에 약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에 맞는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의료진의 권고는 보호자의 권유보다 환자에게 더 분명하게 전달되는 효과도 있다.

아무튼, 먹는 것은 즐겁게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누워서 인생에서 정말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몇 가지인지 헤아려본다면, 언제나 음식이 첫 번째일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암에 걸렸더라도 음식으로 인한 기쁨을 포기하지는 말아 달라. 건강을 위하는 마음과 맛의 즐거움을 찾는 것 간의 균형을 잘 조절하시되, 또 이를 너무 염두에 두지 말길 바란다. 그저 기쁨을 유지하면서 치료를 잘 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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