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불멸의 메시지


용현4동에 소재하고 있는 ‘시민교육연극센터'(시연센)에서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아일랜드 출생으로 프랑스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렸다.
연출가이자 시연센 대표 박은희 감독은 “지난 1년은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들이었지만 개관 1주년을 맞아 숨고르기를 한다."며 “이곳이 활기찬 문화예술광장으로 자리매김 되어가는 모습이 벅차기만 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방랑자인 두 남자(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가 언제부터였는지도, 왜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고도'를 하릴없이 기다린다. 언제 올지 모를 ‘뭔가'를 기다리며 그들은 나름대로 시간을 죽이는 방법으로 서로 욕하기, 춤추기, 질문하기, 운동하기 등을 하며 막연한 의무감처럼 기다림에 지치지 않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극적인 사건도, 정신이 번쩍 드는 장면의 변화도 없는 어쩌면 단조롭기까지 한 흐름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애매한 기분이 들 때쯤이면 관객은 극의 전반에 흐르는 어떤 비애를 감지하게 된다. 허무한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미 ‘고도'는 관객에게 던져진 동일의 인물이나 감정으로 이어가기 시작한다.
때문에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사이에 흐르는 미세한 침묵의 색깔에 동조할 수 있게 된다. 허무의 웃음. 구두를 벗기 위해 끙끙거리거나 잘 끊어지는 끈을 들고 “목이나 맬까?"라며 비틀거리는 인생들의 몸짓에서 애잔한 웃음을 유도하는 것은 이 연극의 또 다른 매력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고도'는 여전히 불멸의 메시지다.
흔히 ‘희망'이나 ‘자유', ‘꿈'같은 자신에게 맞는 그 어떤 것을 고도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곤 한다. 누군가 이 작품 속의 ‘고도'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에 베케트는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관객들은 결국 ‘고도'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극의 중간 어디쯤에서부터 확신하면서,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고도'는 이미 관객에겐 존재하는 그 무엇보다 절박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대화의 연결고리를 간간히 끊어먹는 어색한 머뭇거림이나 자유롭지 않은 손짓 등이 주는 초연의 단점은 중요하지 않다. 블라디미르나 에스트라공의 공허한 몸짓을 이해하고 재창작한 그들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극의 중간 중간에 툭 튀어나오는 인기유행어들의(예를 들면 ‘아, 뚜껑이 열리려고 하네~' 등) 발랄함이 짐짓 칙칙해지기 쉬운 단조로움을 막아주기도 한다. 결국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두 주인공은 막연한 내일을 다시 기약한다. 처음부터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었던 무대는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최향숙 기자>
essaych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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