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잘만든 목공예 같이 아기자기하고 섬세
아슬아슬하게 줄타는 우리네 인생 묘사
한국전통의 정서 온유의 미학으로 표현


필자의 글을 쭉 읽어 오셨던 독자들께선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으나 일전에 <왕의 남자>에 대해 쓰려고 마음먹었다가 우연히 발견한 쌈빡한 영화 <싸움의 기술>로 갑자기 선회했더랬다.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가려 했건만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역대흥행 1위의 자리에 등극한 이상 영화로 밥을 먹는 필자로서는 한바닥 끄적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독자들도 이미 흥행 1위를 위해 일조한 대한민국 4명 중 1명에 속해있으란 생각에 이번에 그냥 편하게 이런 저런 서로 아는 얘기나 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잘 만들었다는 점, 소위 ‘웰 메이드' 영화라는 점에는 부인할 길이 없다. 영화자체가 아기자기하면서도 투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마치 한국 전통의 잘 만든 목공예품 같다고나 할까.
혹자는 <음란서생>의 선전과 함께 ‘사극(史劇)'을 흥행코드로 해석하기도 하고 한국전통의 정서인 ‘풍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자는 좀 의심스럽고 후자는 맞는 말이다. 가깝게는 <혈의 누>에서 조금 멀리는 <이재수의 난>까지의 잊혀진 ‘사극(死劇)'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에는 시각적 ‘Metaphor-일종의 은유(隱喩)'의 미학이 적절하게 쓰였다. 대표적인 예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
극중 ‘공길-이준기'이 ‘연산-정진영' 앞에서 보여주는 인형극이 현실의 커다란 슬픔을 그대로 작은 인형에게 주입시키는 공간(차)적 메타포의 미학이라면, 공길과 ‘장생-감우성'이 벌이는 장님놀이는 앞날의 비극(필자는 희극이라 생각하지만)을 예시하는 시간(차)적 메타포의 성공적인 장치였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 펼쳐지는 세 판의 광대놀음-먹고 살기 위한 저잣거리에서의 한 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왕 앞에서의 한 판, 그리고 피바람을 일으키는 목숨을 건 한 판-은 대표적인 극중극 스타일의 메타포 미학이다. 또한 광의로 보면 장생과 공길의 줄과 줄타기가 바로 삶과 그 삶을 살아감의 메타포가 아니겠는가.
<신데렐라맨>이나 <밀리언달러베이비>같은 미국영화를 보면 인생을 사각의 링과 살아남기 위해 그 위에서 싸워야만 하는 복서로 표현하고 거기에 뭔가 있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전엔 몰랐는데 <왕의 남자>를 보면서 허공에 팽팽하게 묶여있는 밧줄이,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그 줄을 타는 우리네 전통의 모습이 인생을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메타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현 위의 인생'이며 ‘줄 위의 인생'이다. 음을 켜는 현도 그 위를 타고 뛰는 줄도 둘 다 너무 팽팽해서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해서도 안 된다. 적정한 긴장의 줄,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김정욱ㆍCAMF 영화영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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