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1928년작 프랑스의 전위적 초현실주의 영화
괴상ㆍ섬뜩한 영상, 영화사적 장면으로 남아


얼마 전 남구청소년미디어센터의 ‘청소년1분영화제'에서 한 고등학생이 만든 작품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냥 학생작품다운 영화였는데 유독 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놀라했다. 무슨 대단한 장면이었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신발에 밟혀 짓이겨진 귀뚜라미를 클로즈업한 장면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난 ‘사람들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에 감각적 반응을 더 잘 일으키는구나' 생각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들어내는 할리우드의 컴퓨터그래픽 효과보다도 때로는 여배우의 눈물 가득한 얼굴 클로즈업이, 아니면 검은 머리를 치렁거리면서 눈을 까뒤집은 얼굴이 더 슬프거나 더 무서운 것이다.
이런 감각적 섬뜩함을 대표하는 영화사적 장면을 꼽으라면 누구든지 당연 ‘루이 브뉴엘(Luis Bunuel)'의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에서의 면도칼로 눈알을 자르는 장면을 거론할 것이다. 사실 정상적인 비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장면을 두 눈 뜨고는 보기 힘들다.
물론 [안달루시아의 개]는 ‘루이 브누엘'만의 작품은 아니다. 거기엔 또 한 명의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있다. ‘달리' 그림의 영화적 효과는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스펠바운드(Spellbound)]에서도 볼 수 있다. ‘히치콕'은 달리를 선택한 것에 대해 “달리의 미술을 택하기로 한 나의 진짜 의도는 꿈이 나오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고 뚜렷하게, 영화 그 자체보다도 더 명료한 이미지로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달리 작품이 갖고 있는 날카롭고 예각적인 구성 때문에 그를 원했다"라고 한 바 있다.
[안달루시아의 개]에는 개연성도 내러티브적 사고에 따른 인과성도 전무하다. 다만 무언가 미술적인 장면들의 무작위적 편집만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두 천재는 그냥 기존 영화의 틀을 깨는 괴상망측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1928년 파리 개봉당시 돌팔매를 맞았다는 사실을 이 두 괴짜 천재는 성공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면도칼로 여자의 눈을 마치 삶은 달걀의 반을 옆으로 가르듯이 잘라내는 장면은 한 번 본 사람이면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고로 관객을 편하게 하는 영화는 지루한 영화가 되기 십상이며 관객에게 돈을 받고 두 시간 동안 암흑에 앉혀 놓은 영화라면 지루함은 최대의 오만이며 무능력이다. 불편하더라도 자극을 주는 영화, 불쾌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영화가 차라리 낫다. “잊혀지는 영화보다는 욕을 먹어도 기억되는 영화"가 좋다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제작 당시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가 아닐까 싶다.

|김정욱ㆍCAMF 영화영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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