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초반부터 괴물 전면 등장 관객 허 찔러
감독·배우에 대한 신뢰가 영화의 내공


영화평을 하는 입장에서 한국영화 역대 1위에 등극한 영화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왕의 남자]를 이야기한 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서 왕좌가 바뀌었다. 아시다시피 바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 이미 보셨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꼴뚜기' 닮은 ‘괴물'이 1500만 명 관객동원의 고지를 향해 뛰쳐 오르고 있겠는가. 말이 1500만이지 대한민국(남한)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이 극장에 가서 [괴물]을 본 것이다. 한 가족당 최소 1~2명은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본 것이란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플란다스의 개]의 참패에 비해 [살인의 추억]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나, 영화 한편에 감독을 너무 쉽게 ‘거장'의 대열에 세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만 아닌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지면을 봉준호 감독 깎아내리기에 할애하려는 것은 아니다. 굳이 필자가 아니더라도 과다 개봉관에 따른 한국영화의 산업적인 문제와 일본 개봉에서의 참패와 일본 애니메이션 [폐기물 13호]의 표절시비에 따른 내용적인 문제 등 [괴물]을 공격하는 이들은 넘쳐나고 있으니까.

필자는 오히려 이 지면을 통해 내용적인 면에서 [괴물]의 성공요인을 거론하고 싶다. 크게 세 가지를 드는데, 첫째는 영화 초반부터의 괴물의 전면 등장이다. 지금까지의 상당히 많은 괴물영화들은 극적 긴장감 고조를 위해 괴물의 모습을 숨기고 조금씩만 보여주다가 영화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는 ‘감질' 작전을 펴왔기 때문이다. 둘째는 영화 줄거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는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 役)의 죽음이다. 이 역시 대부분의 괴물영화나 가족재난영화와는 다르게 관객의 허를 찌르는, 캐릭터들의 최종 목적의 허무한 상실감이 오히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적 여운과 감동을 더해 그 장치적 효과를 다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이자 역대 최고 흥행의 요인은 바로 감독과 배우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이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특유의 존재감 충만한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변희봉 이 네 명의 배우들에 대한 관객의 믿음과 기대감이 이 영화의 불멸신공의 ‘내공'인 것이다.

디지털이니 HD니 CG니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떠들어대도 영화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감독이 연출을 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스텝들이 그것을 담아내느라 땀과 피를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것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제작 현장이다. 영화는 ‘한강의 돌연변이 기형 괴물'이 아닌 ‘장인정신 가득한 예술가 괴물'들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뱉어낸 고통과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조선시대 광대들을 집어삼키고 한국영화의 흥행지도를 뒤바꿔놓은 [괴물]을 만든 모든 ‘괴물'들에게 축하와 찬사를 보낸다.

|김정욱ㆍCAMF 영화영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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