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인천은 바다와 섬, 그리고 육지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예전부터 바다에서의 풍어를 기원하는 대동굿이나 농경의 풍요와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동제나 기우제등을 지내왔다. 비록 지금은 도시개발에 밀려 그 전통을 유지한 마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동제조차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지만, 남구에는 제사의 범위나 영향력이 이렇게 한 마을에 한정되지 않고 국가나 지방관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제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문학산성 내의 안관당(安官堂)에 이뤄진 제사와 낙섬의 원도사(遠島祠) 제사이다. 지금은 그 흔적조차 확인하기 어렵지만, 안관당과 원도사에서는 인천 역사의 출발지인 문학산과 인천 앞바다의 여러 섬에 대한 제사가 이뤄졌다.
학익동 동양화학 앞에서 용현동을 지나 숭의동으로 넘어가는 큰 길에 낙섬사거리가 있다. 지금은 매립과 도로 개설로 대부분 없어져 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몇 십년 전만 해도 이곳 앞바다에 있었던 작은 무인도 ‘낙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주변이 온통 갯벌과 염전으로 뒤덮여 있던 시절,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낙섬’이라 불렸던 이 섬은 미군의 커다란 기름 저장탱크와 함께 염전에 바닷물을 대는 저수지가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수영장이 되어주기도 했다. 근래에는 도로와 아파트촌으로 변해버려 그 위치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지만, 낙섬은 조선시대에 원도(猿島)라 불리며 서해 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원도는 인천도호부 서쪽 12리 되는 곳에 있는데 제단이 있어 봄가을로 산과 바다에 제사 지낸다’고 기록돼 있다. 시대가 분명치는 않지만 세조대 이후부터 이곳에 원도사(猿島祠)라는 제당(祭堂)을 만들어 국가의 평온과 풍농,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것으로 보인다.
또, 『인천부읍지』의 기록에도 매년 봄, 가을마다 지방 수령인 인천부사가 직접 나와 제사를 지낸 것으로 나와 있다. 이 곳은 조선시대 왕조의 안위와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산천에 봄·가을로 제사지내던 곳으로 동해는 강릉, 서해는 인천 원도에서 국가제사를 지냈던 상징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원도가 갖는 정신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병자호란 때 호국의 장소로서도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인조 14년(1636)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이윤생은 의병을 모집하여 원도에 들어가 최후까지 분전하다가 의병들과 더불어 장열한 최후를 마쳤다. 그 소식을 접한 부인 강씨는 곧 바다에 몸을 던져 부군과 함께 의절했다. 철종 12년(1861) 이윤생은 좌승지에 부인 강씨는 숙부인에 각각 추증되었다. 그 정려각은 현재 남구의 문화재로 남아 있다.
그러나 원도사는 유학을 기본 이념으로 한 조선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라 유림들의 반대로 결국은 없어지고 말았는데 언제 없어졌는지도 확실치 않다. 이 같은 사실로 보면 낙섬은 그 이름이 육지에서 떨어져 있어서라기보다는 몇몇 국어학자들의 해석처럼 ‘납(納)섬’, 곧 ‘제사를 드리는 섬’에서 유래했다가 발음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원도의 존재는 지도에도 명확히 나타나 1861년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에 표시돼 있고, 1910년대 조선총독부가 만든 지도나 1937년 일본에서 제작한 관광객용 지도 「경승(景勝)의 인천」에까지 그 이름이 보인다.
인천 역사의 근원이자 출발점인 남구가 갖는 역사적 역할 중에는 원도사처럼 정신적 공간이었다는 특징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뜻에서 2013년, ‘인천’ 이름 탄생 600년, 인천 역사 출발의 2030년이라는 이 역사적 전환점에 역사고도(歷史古都) 남구는 정신적인 상징인 이러한 전통적 행사를 통해 구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것이 곧 이 시대를 사는 남구민의 역사의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옥엽(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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