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마시거나 음식을 만들거나 씻거나 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그런데 똑같은 수돗물임에도 마실 수가 없다면 물이 아닌 것이다.
지난 8월 모임에서 부부 동반으로 중국 계림여행을 갔을 때 일어난 일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60살이 다 되도록 살아오면서 대부분 수돗물이나 동네 약수물을 식수로 사용했기 때문인지 유럽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패트병에 담긴 물을 일일이 사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그리 예사롭지 않았다.
계림시를 가로 지르는 離江에서 취수하는 물을 정수하는 시설과 그 기능이 열악해서 곧바로 마실 수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그야말로 천하제일이 아닌가! 계림을 한마디로 표현한 글인 ‘桂林山水甲天下’를 쉽게 풀이하자면 ‘계림의 산수가 천하제일’이라는 뜻이지만 물빛만 맑고 아름다웠지 그 강물을 취수한 수돗물을 마실 수는 없었다. 빛 좋은 개살구? 그래서 계림의 물은 물이되 물이 아니었다.
8월 중순, 계림의 날씨는 38℃를 넘나들었다. 관광 중에 1인당 0.5ℓ한 두병으로 버텨야 할 상황이었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그 이상으로 물이 필요했다. 그런데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예사로 들었던 것이 화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의 물까지 뺏어 마시고도 물이 모자랐다. 항상 비상시를 대비하는 것이 몸에 밴 탓에 혹여 관광 중에 식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여분으로 식당 洗手間(화장실)에서 마시고 난 빈 패트병에 수돗물을 담아 배낭에 넣어두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던 그 시간 복파산 관광을 하면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니 땀은 이마로부터 가슴골까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살인적인 더위에 목이 타들어 갈 즈음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물을 아껴야한다는 마음보다 마셔야한다는 집념이 더 앞서자 무의식적으로 배낭에서 패트병을 꺼내 허겁지겁 단숨에 비워 버렸는데 마신 물이 바로 그 세수간 수돗물일 줄이야…
“꾸~울~꺽!” 이미 물은 빛의 속도로 식도를 지나 위에 진입하고 있었다. 한 병을 단숨에 빨아들인 순간 땀범벅이 된 머리카락이 쭈뼛하며 솟아올랐다. 웬만하면 내뱉으려는 마음에서 목줄기에 힘을 주어 급브레이크를 걸었지만 허사였다. 눈물이 찔끔하고 흘러내리며 위산이 솟구치는 느낌이 감지되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 뱃속이 꼬이는 기분이 들면서 드디어 탈이 나고 말았다. 석회성분이 가득한 공짜 식수를 마신 덕분에 그 이튿날부터 순간의 선택이 여행일정을 좌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설사가 계속되었다. 먹는 족족…
“으~이그! 못 말려!!! 몇 푼 된다고 검증 안된 수돗물을 마시누!!! 물값 보다 약값이 더나가겠네! 미련하기는…”
그녀는 皮骨이 相接한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독설을 퍼붓고 있었다. 비상약으로 가져간 정로환 때문에 병원신세를 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평생 수돗물을 마시고 탈이 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 될 줄은 진정 난 몰랐던 것이었다.
우리나라 수돗물이 특히, 우리 인천의 수돗물 ‘참물’이 얼마나 안전한가를 중국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을 뿐 아니라 자랑스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수돗물을 불신하고 있다. 더구나 아낄 줄 모른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인천의 ‘참물’을 ‘짠물’처럼 아껴야 함에도…
풍광이 수려한 ‘계림산수갑천하’인 계림의 離江도 가뭄으로 말라붙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때문에 우리나라도 물 부족 현상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생명의 근원이 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수돗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한다면 물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깊이 새기며 나오는 한마디“니들이 ‘미추홀 참물’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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