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관객을 배우로… 집단 워밍업통해 주제 선정

#1 어머니와 딸(부모와 자녀) - 설거지를 도와달라는 어머니와 그에 고민하는 딸
여성관객 중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가 직접 주인공이 된다. 또다른 관객이 자녀(딸)가 되어 대본이 없는 즉석 연기를 시작한다. 살아가면서 매일처럼 겪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주는 무심함 속에서 상처받고 갈등을 겪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속에 과연 우리는 ‘관계'의 중요성을 어디까지 깨닫고 있는가.
100여 명의 관객들이 모두 무대로 나가서 어머니와 딸의 입장에서 맞장구 치고 변명하는 동안 저절로 어느 순간 가슴에서 쿵 하고 벽 하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2 부부 - 그 영원한 동반자적 애증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법, 대화를 이끄는 기술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라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역시 관객 중의 한 명이 흔들의자에 앉아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된다. 관객들은 미쳐 준비할 겨를도 없이 불려나가 한 사람씩 주인공이 되는데 긴장하고 더듬거리는 처음 단계가 지나면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 흥분하고 전율하고 감동한다.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거는 버거운 기대치 때문에 가슴 속에는 하나씩 돌담을 쌓아가며 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옆집에서 들리는 격렬한 싸움 소리. 깨지고 부숴지고 고막을 찢는 고함 소리, 비명 소리. 상처받는 아이들. 한편으로 타인(이웃)들의 개입은 과연 어디까지가 적절한가라는 물음은 관객 스스로 이미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3 방황하는 아이들 -누가 그들에게 죄는 묻는가.
폭력적인 아버지, 달팽이 관 속에 갇혀버린 어머니. 부모의 폭력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하나씩 자신을 버리게 되고 자존감을 잃어가는 동안 파괴되는 가정. 그 자식에게서 나타나는 폭력의 대물림. 과연 이 아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이며 누구의 책임인가. 폭력적인 아버지도, 무기력한 어머니도, 방황하는 아이들도 모두들 피해자이고 가해자이다.
-어느 순간 숙연해진 객석에서 들리는 한숨소리, 가느다란 신음소리.

#4 위의 조건을 갖춘 어느 가정.
대화의 중요성을 비로소 인식한다. 상대방을 향해 던지는 이기적인 한 마디가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지. 소설의 구조에서 볼 수 있는 갈등의 극복이나 해소가 아닌 사람과 사람끼리의 관계 속에서 대화란 때로 독약이 될 수도 달콤한 사탕도 될 수 있음을 전해 준다.
위는 지난 6월 5일 주안동에 소재한 영화공간 주안 컬처 팩토리(구 맥나인)에서 있었던 가정폭력 예방 사회심리극의 주요 내용이다. 인천여성긴급전화 1366(소장 홍연표)에서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사회적으로 만연되고 있는 가정폭력의 실태를 사이코드라마 기법을 이용한 사회심리극(sociodrama)형식으로 서울 연세 로뎀 정신과 부설의 지경주씨 진행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진행과정 중 상황의 전환이나 문제 해결의 대안을 집단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집단카타르시스와 통찰로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이는 관객 스스로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데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정폭력의 시각을 새롭게 조명해 보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의 인천 시민들이 참여하였는데 연수동에서 온 최경옥 (53)씨는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자주 봤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참여해 보니까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우리집 이야기같은 착각이 든다. 살아오면서 못해본 이야기 실컷 해 본 것 같아 속이 후련하다. 이런 무대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의 실태를 공연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폭력없는 행복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이 행사는 앞으로도 인천여성긴급전화 1366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질 계획이라고 한다.
<최향숙 기자>
essaych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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