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실연의 상처 불면증에 대한 보상은 현금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하는 보고픈 영화

“컵에 물이 반밖에 안 찼다"와 “컵에 물이 반이나 찼다"의 동일 현상에 대한 상반된 심리상태의 표현은 간단하지만 참 심오하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전혀 반대의 것을 느끼는 인간의 다양한 사고(思考)적 능력과 그 한계를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숀 엘리스' 감독의 영국영화 [캐쉬백(CASHBACK]은 바로 이러한 동일 상황에 대한 심리상태의 전이에서 시작된다. 보통 ‘불면증'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잠 못 이루는 정신적 고통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시작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정신적 고통이 자리 잡고 있고, 그것이 다시 잠을 못 자는 육체적 고통으로 이어지며, 그 고통은 또 다시 ‘잠을 못 이룬다는' 다른 형태의 정신적 고통으로 자리 잡게 된다.
불면증뿐만 아니라 ‘몽유병(Sleepwalking)'이나 ‘악몽(Nightmare)'처럼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현상들은 대개 정신이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단순히 노인들의 무지한 표현만은 아니다. 바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인 것이다.
하지만 [캐쉬백]의 불면증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하루 8시간씩 잠을 못 이루는 시간만큼 남들보다 더 산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시간을 침대에서 뒤척이며 심야TV나 보는 것이 아니라 대형 할인매장에서 밤 근무를 한다면! 캐쉬백! 바로 불면증을 현금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의 불면증의 원인은 실연이다. 매력적인 여자친구에게 차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찬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실연은 실연이다. 사랑으로 인한 상처로 생긴 불면증과 그 불면증으로 인해 생긴 ‘캐쉬백'. 하지만 역시 사랑의 상처는 손 안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아니라 가슴 속에 피어나는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되는 것! [캐쉬백]은 바로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캐쉬백]은 2004년에 제작된 18분짜리 단편영화로부터 시작됐다. 그해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부문 후보였던 [캐쉬백]이 그 제목 그대로 102분짜리 장편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신인 감독인 숀 앨리스는 ‘보그', ‘바자' 등 유명 패션잡지를 통해 최고의 사진작가로 인정받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황홀하다. 거기에 동감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와 적절히 배어있는 재치 있는 유머들은 영화 관람의 시간들을 더욱 가치 있게 해준다. 비록 걸작이나 대작은 아니더라도, 예술성을 인정받은 거장이나 작가주의 감독은 아니더라도, 극장에서 보는데 돈 아깝지 않은 영화! 두 번, 세 번 또 보고 싶은 영화, 바로 [캐쉬백]이다. |김정욱·영화공간주안(cineSpaceJuan)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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