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세상 사람들은 다 다르다. 특히 나라가 다르면 일단 언어가 안 통하고, 식습관이라든가 삶의 가치관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다르다. 아니 사실 보통 사람들은 나라밖의 사람들을 볼 기회가 좀처럼 없어서, 있다 하더라도 관광객이거나 자신이 관광객이거나의 경우밖에는 없어서 다른지를 모르고 살아간다. 몰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생각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인간이 개나 돼지나, 닭하고 다른 건 ‘먹고 살기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선진 IT 국가에도, ‘여유 있는' 숲과 자연의 나라에서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롭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다.

어느 여름 남, 핀란드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카모메 식당(비둘기 식당)'이라는 작은 일본 음식점이 문을 연다. 주인인 일본여성 ‘사치에'는 가게에 오는 손님은 없지만 매일 같이 반짝반짝 식기를 닦고 음식을 생각하고 맛있는 커피를 고민한다. 드디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손님은 일본 에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청년 ‘톤미'. 그를 위해 ‘독수리 오형제'의 가사를 기억해내려는 사치에는 우연히 서점에서 일본 여성 ‘미도리'를 만난다. 무작정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세계지도에서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왔다는 미도리는 이제 카모메 식당의 종업원이 되고, 여기에 헬싱키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린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 ‘마사코'가 합세해 카모메 식당을 운영한다.

연어를 즐겨먹는다는 공통점 외엔 좀처럼 일본과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 없는 핀란드에서 새로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일본 여성들, 그리고 이들과 같이 아픔을 나누고 정갈하고 정성들인 음식과 함께 일상의 작은 행복을 나누는 핀란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카모메 식당]이다.

[화려한 휴가], [디 워] 등 한국영화계는 요즘 100억대를 넘는 대작 영화들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작고 의미 있는 영화들은 외국영화제에 소개되어 수상했을 때만 뉴스 프로그램의 자막으로 잠시 등장할 뿐 소리 없이 사라져간다. 반대로 일본은 작고 다양한 영화들이 자주 등장한다. 적은 배우와 한정된 장소에서 만들어진 소품 같은 영화지만 저마다 지나치리만큼 색깔이 분명하고 그 색깔은 너무나 분명하게 서로 다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식당의 주 메뉴인 ‘일본식 주먹밥'은 정말이지 못생겼고 맛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먹밥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게 더 맛있다"는 사치에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왠지 맛있어 보이고 귀여워 보인다. 일상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핀란드든, 좋은 영화는 이래서 좋다.
|김정욱·영화공간주안(cineSpaceJuan)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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