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옥상에 올라갔어요. 그런데 우리 강아지 쌤을 생각하니.. 정말 앞이 안 보여요. 식당에서 맛있게 밥 먹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사 먹고 싶어요."
2년 전 남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만난 김소영(가명)씨가 하소연을 했다.
혼자 사는 외로움과 마음의 상처를 술로 달래는 그는 몹시 피폐한 모습이었다.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면증으로 건강을 잃었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강아지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그에게 쌤은 자식 같은 존재였다.
"김소영씨, 아프고 힘든데 잘 버티는군요. 저라면 못 견딜 거예요. 우리 건강부터 회복하고 일자리랑 새 집도 찾아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한숨을 쉬었다.
"병원 치료를 받아도 소용없어요. 우리 쌤과 떨어질 수 없고요."
"지금은 어렵겠지만 얼른 일해서 쌤에게 맛난 사료를 사줘야지요. 쌤도 맛난 것 좋아하죠?"
"네, 쌤에게 맛난 소시지랑 예쁜 옷 사주고 싶어요."
"강아지만 맡아줄 분이 있으면 치료받을 수 있겠어요?"
"네. 이번에는 건강해지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사는 게 힘들어요."
사실 소영 씨는 여러 차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는데 매번 일주일을 못 버텼다. 그만큼 의지가 약했으나,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강아지를 돌봐 줄 분을 찾습니다.
나는 복지관 이용자들에게 안내 문자와 사연을 적어 보냈다.
일주일 후, 강아지를 보살펴 줄 봉사자가 나타났다. 미국에서 살다 온 A씨로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고 반려견에 대한 애정도 컸다. 곧이어 강아지 사료와 물품을 후원해 줄 봉사자 B씨도 찾았다.
A씨는 복지관과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강아지를 돌보는 동안 왕래도 가능했다. 그에게 쌤의 특이사항, 돌볼 때 유의할 점 등을 설명하고 인계했다.
마침내 소영 씨의 치료가 시작됐다. 두려워하는 그에게 쌤과의 행복한 날들을 꿈꾸도록 다독였다.
그런데 입원 6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쉼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소영 씨는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쏟아냈다. 겨우 진정시키고, 병동 간호사와 통화했더니 지난 토요일부터 금단증상이 왔다고 했다. 환청·환시에 시달리고, 치매로 의심될 만큼 의사 분간을 못하고, 식사와 잠도 정상적으로 못한다고 했다.
나는 곧장 소영 씨를 찾아가 마음을 굳건히 하고 어려운 순간을 잘 보내면 평안해질 거라고 용기를 주었다. 다행히 그는 포기하지 않고 쌤을 위해 버텼다.
한편, 봉사자 A씨는 진짜 주인처럼 쌤을 돌봤다. 강아지 옷이며 용품을 사주고 이발, 치석 제거, 중성화수술도 해줬다. 그도 건강이 좋지 않았으나 날마다 강아지와 산책했다. 또한 쌤이 엄마에게 돌아가 잘 적응하도록 훈련시켰고, 사람 음식을 좋아하는 쌤에게 여러 간식과 사료를 주어 강아지 음식을 먹게 했다. 이렇게 쌤도 엄마와 만날 준비를 차근차근했다.
3개월 후 소영 씨는 퇴원했다. 상태는 양호. 그는 자신을 성심껏 치료한 병원 관계자, 힘겨운 병을 함께 싸운 환자들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들도 소영 씨의 앞날을 응원했고, 나도 "잘했다. 멋지다"라며 기뻐했다.
이틀 뒤 쌤을 만나러 갔다. 골목에서 A씨와 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특하게도 쌤은 엄마 목소리를 기억했다. 왈왈왈! 쌤이 달려와 품에 안기자 그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고맙습니다. 쌤이 보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언제든지 데려올게요."
소영씨가 A씨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