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종합

박우섭 남구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박 구청장은 1995년 민주당 남구 지역위원장을 하며 남구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 남구청장으로 당선, 2006년 낙선, 그리고 2010년과 2014년 연거푸 당선돼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올해 지방선거에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고 구정에 집중했다. 퇴임을 앞둔 소회를 들어봤다.

Q. 감회가 어떤가?
A. 젊을 때 좋은 세상,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정치의 길로 들어왔다. 12년 동안 지역책임자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었다. 과연 (처음 당선된) 2002년 이전보다 지금 남구 구민들이 행복해졌을까, 이걸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물론 부분적으론 잘한 일, 못한 일이 있겠지만 시대 흐름도 중요한 것 같다. 시대를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래도 가고자 하는 방향을 놓친 적은 없는 것 같다.
 
Q. 잘 한 일을 먼저 꼽아본다면?
A. 우선 시민회관과 주안역, 석바위 사거리에 횡단보도 만든 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년 가까이 주민들이 요구해 온 일인데 최근에야 이뤄졌다. 이번엔 큰 갈등도 없었다. 시민의식이 그만큼 성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주안 8동 도시농장 조성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남구를 교육혁신지구로 지정한 것, 평생학습 기반을 닦은 것, 사회적 경제를 주창해온 것도 잘한 정책이라고 본다. 사회적 경제의 성과는 미흡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미리 잡았다는 데 의미를 둔다. 어르신 일자리를 많이 늘린 것도 꼽을 만하다.

Q. 아쉬운 점은?
A. 가장 아쉬운 건 재개발 재건축이다. 큰 틀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더 잘 알았어야 하고, 철학이 더 확고했어야 하고, 필요하면 맞서야 했다. 재개발 재건축 정책이란 게 부동산 가격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주거환경이 어려운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확고하게 밀고 나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또 건축물도 건축법에 따라 허가를 내줘야 한다. 구청장으로서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예를 들면 도시형 생활주택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주차 문제와 도시 경관이 엉망이 돼버렸다. 욕심을 부린다면 땅을 더 사서 공원과 녹지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음 구청장에게 공원과 녹지 문제를 부탁하고 싶다.

Q. 2010년 구청장 후보자 시절 선거운동이 특별했다.
A. 선거 유세차량 대신 삼륜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2006년 선거에서 낙선 후 4년 동안 스스로 지향하는 방향을 다시 확인하고 구체적인 정책의 얼개를 짜는 시간을 보냈다. 생태와 환경, 사회적 경제가 내 지향이었다. 전기자전거는 그런 지향과 잘 맞았다. 물론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타이어가 펑크 나기도 하고 도로에서 달리는 속도가 늦어 어려움이 있긴 했다. 그래도 지향하는 바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Q. 처음 남구청장에 도전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나?
A. 1996년 남구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41살이었다. 젊었지만 아주 근소한 표차로 낙선했다. 2000년엔 당에서 공천을 안 해줬다. 내가 당 안에서 비주류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탈당을 했다. 2002년 결국 한나라당에 입당해 낯선 당에서 새롭게 경선을 해야 했다. 내 인생에서 아주 심각한 승부수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를 버리는 과격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으면 그런 선택을 절대로 안 한다. 지금도 잘 한 선택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운명이라 느낀다. 그때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다면 구청장이 되지 않았을 테고,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Q. 만일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A. 전공이 미생물학이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것도 전공 때문이다. 정치를 안 했다면 여타 과 친구들처럼 미생물학 연구자나 교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연극이나 문화운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재능이 있다면 연극이나 문화운동을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Q. 남구는 어떤 곳인가?
A. 남구 구민들이 선하다. 집회나 시위를 해도 순하게 한다. 대신 시민운동 영역이 약하다. 시민운동체가 활성화하도록 강화하는 정책, 예컨대 독서동아리나 문화동아리에서 출발해 사회 문제에 관심 갖는 주민이 많아지면 좋겠다. 남구는 단독주택, 다세대, 빌라가 많다. 차량과 녹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차를 좀 덜 갖고 대중교통을 활용하고 걷게 하는 정책을 펴면 좋겠다.

Q. 앞으로 계획은? 10년 후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A. 잘 노는 것이다. 7월엔 기차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 여행도 많이 할 생각이다.10년 후엔 아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것 같다.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뭘 자꾸 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할 만큼 했다. 다만 생명평화운동에 대한 마음은 있다. 죽기 전에 할 일이 있다면 이 분야가 아닌가 싶다.

Q. 남구 주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남북 평화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흐름을 맞이했다는 게 기쁘다. 구민들도 시대에 맞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다. 욕심, 이기적인 생각, 경쟁하는 마음을 덜어내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갖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평생학습이나 민주주의 시민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구청장이 잘 이어나가면 좋겠다.
심혜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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