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재활용 업체에서 비닐 수거를 거부하면서 각 가정에선 쓰레기 배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무분별한 비닐 사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후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쓰레기 분리배출은 얼마나 잘 되고 있을까? 인천남구위생공사에서 쓰레기 수거 일을 하고 있는 김덕배 씨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씨는 각 가정에서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오토바이에 딸린 수레에 실어 도로변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는 이렇게 구역별로 쓰레기 쌓아두는 곳을 집하장이라 불렀다. 집하장은 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임의로 정해놓은 것이다.
김 씨와 함께 몇 군데 집하장을 둘러보았다. “이거 좀 보세요.”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스티로폼들이 봉지 가득 들어있었다. 그 옆에는 낡고 지저분한 나무상자와 테이프로 허술하게 묶어 놓은 형광등 서너 개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음식물이 잔뜩 묻은 플라스틱 그릇과 비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건 재활용이 안 되거든요. 원칙적으로 우리가 수거하면 안돼요. 구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처리하게 해야죠.”
하지만 이 과정도 만만치 않다. “쓰레기는 늘 나오는데 담당 공무원 수가 적으니 제때 처리가 어렵잖아요. 그러면 주민들이 쓰레기 안 가져갔다고 민원을 넣어요. 구청에선 우리 회사에 전화를 하고, 회사에선 ‘민원 들어왔으니 나가 봐라’라고 하죠. 결국엔 내 손으로 치우게 돼요.”
민원을 넣는 건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우리가 치우고 있을 때도 이런 쓰레기를 막 갖다 놔요. ‘이런 건 종량제 봉투에 담아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욕설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진짜 인간적으로 힘들어요.”
제대로 분리가 안 된 쓰레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수거한 쓰레기들은 재활용 선별 및 재생업체로 이동한다. 남동구에 있는 현대자원은 여섯 개 구의 재활용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현대자원으로 싣고 가면 거기서도 선별을 해요. 분리 안 된 쓰레기를 가져가면 지적을 받아요. 그게 몇 번 반복되면 저 같은 직원이 경위서를 쓰거나, 기사가 며칠 정지를 먹거나, 회사가 벌금을 먹죠. 그러니 무조건 다 실어갈 수도, 안 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현대자원 신창렬 이사는 “선별작업 과정에서 나온 일반 쓰레기는 우리가 따로 돈을 들여 송도 소각장으로 보낸다”며 “송도 소각장은 시에서 운영해 값이 저렴한 대신 최대 소각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 양을 넘으면 사설 소각장으로 가야 하는데 세 배 이상 비싸서 우리 입장에선 최대한 일반 쓰레기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장 골칫거리는 이물질이 묻은 비닐류다. 현대자원에선 비닐을 압축해 고형연료를 만들고 환경부에서 주기적으로 성분 검사를 받는다. 그런데 이물질이 묻은 비닐로 고형연료를 만들 경우 성분검사에서 문제가 생기기 쉽다.
“수분이 기준 이상 검출되면 고형연료 반출 금지 처분을 받아요. 특히 금속 성분이 기준 이상 나오면 조업 정지를 받아요. 회사로써는 타격이 크죠.”
김 씨와 신 이사는 입을 모아 말했다. “재활용 분리수거만 제대로 하면 문제될 게 없어요. 주민들이 분리수거 방법을 잘 모르고, 문제의식도 없는 게 문제에요.”
김 씨가 몇 가지 바람을 전했다. “재활용 분리수거 방법을 주민들에게 확실히 교육을 시켰으면 해요. 일시적으로라도 집중 단속을 해서 과태료를 물리면 각성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구에도 바라는 게 있는데, 집하장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장소를 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경고하고 지적해서 회사에 벌금 무는 걸 없애면 우리도 맘 편히 쓰레기를 치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민들은 제대로 버리고, 구에선 쓰레기를 깨끗하게 치울 수 있게 해 주면 쓰레기 문제는 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