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문이 닫힌 반지하 빈집, 철거만이 답일 듯했던 그곳이 버섯 농장으로 변신했다. 한때 누군가의 삶터였을 공간엔 철재 선반이 들어섰고 버섯 종균이 자라는 배지들이 선반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빈집을 활용해 쓰임을 찾는 단체 ‘빈집은행’에서 지난 9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빈집은행은 인천시와 미추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빈집 열일곱 채를 개조해 버섯 농장을 만들었다. 반지하는 해가 잘 안 들고 습도가 높은 데다 주위보다 서늘해 사람이 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런데 바로 이 특성이 버섯을 키우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이 기발한 생각을 해낸 이는 ‘빈집은행’ 최환(35) 대표다.최 대표가 빈집에 관심을 가진 건 비싼 월세 때문이었다. 미추홀구엔 방치된 빈집이 1천200여 채에 달한다. ‘왜 이 귀한 집을 비워 둘까, 차라리 나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빈집의 주인을 만나기도, 주인을 설득하기도 어려웠다. 빈집을 내 손으로 수리하겠단 목표로 틈틈이 건설현장에서 일을 배웠다. 발로 뛰는 이들에게 2016년 구청에서 리모델링 교육사업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빈집 리모델링 전문가 양성과정’을 열고 도배며 전기, 단열 등 건설현장에서 익힌 기술들을 전문가와 함께 직접 교육했다. 지금까지 주민 60명이 과정을 수료했다.빈집 중엔 특히 반지하가 많았다. 이곳을 주거공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순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도시농장’을 해보기로 했다. 버섯을 생각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지인 중 농사짓는 분이 있어요. 그분이 무심코 나무토막을 주시면서 ‘화장실에 두고 물만 주면 버섯이 자란다’며 키워보라는 거예요.”곧장 실험에 돌입했다. “반지하는 3분의 2가 땅에 매몰돼 온습도를 잘 머금고 있어요. 버섯은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은 곳에서 단단하게 잘 자라거든요.” 이제 어떤 버섯을 키울지, 품종을 정해야 했다. 최종 선택된 것은 표고버섯의 일종인 송화고. 흑화고인 표고보다 쫄깃하고 버섯 줄기까지 먹을 수 있다.빈집 열일곱 채를 수리해 농장으로 만들고 이를 도맡아 꾸려갈 주민을 모집했다. 열일곱 명 선발에 60여 명이 지원했다. 은퇴자, 경력단절여성, 소일거리를 찾던 노인 등 다양한 이들이 면접을 통과해 ‘스마트농장’을 꾸리는 개인사업자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지난 9월 버섯 종균이 심어진 배지 200개가 사업장마다 들어찼다. 추석 직전 출하가 목표였다. ‘농장주’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꽤 좋은 버섯을 키워냈다. 첫 수확물은 판매 당일 ‘완판’됐다.“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구청 공무원과 주민들이 좋게 봐 주시고 많이 사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죠. 자신감도 얻었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희망도 생겼어요.” 매달 정기적으로 주문해 먹겠다는 소비자도 생겼다. 버섯 가격은 시중의 같은 품종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정도.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선한 버섯을 주민에게 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물론 빈집도 활용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요.”이 성과로 지난 10월 행정안전부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사회혁신분야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성공적인 출발에 탄력을 받아 매해 20채씩 버섯농장을 늘려갈 계획이다. 국립농산물관리원에 친환경농산물인증 신청도 해 둔 상태다. 앞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다.“현재 프리마켓이나 지인을 통해 판매하는데 생산한 양만큼 대부분 팔리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사업을 늘려가려면 판로도 있어야 하죠.” 그의 바람은 인천의 학교 무상급식에 이들이 키운 버섯을 납품하는 것. “우리 지역에서 키운 좋은 버섯을 아이들이 먹고, 생산자에겐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고, 그것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