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겨울 동백의 붉은 낙화를 시작으로 그 뒤를 이은 봄꽃들의 향연이 미추홀구를 물들이고 있다. 가로수나 동네 공원에는 제각각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다투어 피워댄다.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동네 가볼 만한 꽃길을 소개한다.
승학산 둘레길·승학배수지체육공원
승학산 둘레길을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면 가뿐해진 몸과 눈앞에 보이는 승학배수지에 흐드러진 꽃 풍경으로 마음과 정신까지 힐링하게 된다.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승학산 둘레길은 군데군데 꽃을 설명하는 팻말을 걸어 잠시 쉴 틈을 준다. 3.6㎞ 길지 않은 둘레길을 눈여겨보면 풀잎들 사이로 작고 여린 보랏빛 제비꽃들이 연신 가냘픈 손짓을 해댄다. 언뜻 보면 뱀딸기꽃을 닮은 샛노란 양지꽃, 그 옆에 나도 노랑꽃이라며 고개 내민 민들레, 검불 속에 피어난 할미꽃 등 자세히 봐야만 비로소 보이는 작고 여린 봄꽃들이 이곳 승학산을 수놓는다. 나 좀 봐달라며 삐죽 내민 입술에 분홍 루주를 바른 진달래의 유혹은 더 치명적이다.
둘레길에서 봄꽃을 감상하고 승학배수지 쪽으로 걸어 나오면 등불처럼 환하게 반겨주는 승학배수지체육공원 벚꽃들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흰쌀밥을 버무려 놓은 듯, 작고 보드라운 꽃잎들이 이곳이 취수정수장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한다.
트랙을 도는 발길에 채여 흰 눈밭이 어지럽게 난장이 되어도 밤 가로등 불빛이 만들어내는 꽃과 사람들의 조화는 봄날 하루쯤 이곳에 무작정 앉아 있게 만든다.
수봉공원
수봉공원은 미추홀구 주민들에게 봄에 가장 사랑받는 공원 중 하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한밤중에도 하얀 눈서리가 내린 듯 보는 이에게 동심을 심어준다. 문화회관을 거쳐 들어가는 입구는 양쪽 가로수가 모두 벚꽃으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꼽는다.
끝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긴 나무계단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 키 큰 벚꽃들이 마치 팝콘을 튀겨 놓은 듯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운 좋으면 올라가는 길에 문화회관 마당에서 열리는 전통공연도 관람할 수 있고 탁 트인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내 전경과 저녁식사 후 가벼운 밤 나들이로 야경 또한 볼거리다. 저녁노을과 하늘, 시내 전경과 벚꽃의 조화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특히 수봉공원 벚꽃나무는 오래된 고목으로 하늘로 치솟은 키 큰 벚꽃나무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꽃비를 맞을 수 있는 로맨틱한 장소로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벚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목 벚꽃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노랑 개나리, 용현 1.4동 쪽에서 진입하다 보면 역시 고목이 된 백목련, 자목련이 달덩이 같은 얼굴로 사람들을 맞아준다. 공원 동서남북으로 각양각색 봄꽃을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가 험하지 않고 잘 조성돼 있어 어린아이나 반려동물 동반자, 노인들에게 사랑받는 공원이다.
한쪽 너른 터에서 윷놀이를 즐기던 공병이 씨(75·석남동)는 “미추홀구에서 오래 살았는데 봄이면 이곳에서 해바라기도 하고 꽃구경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러 자주 나온다”며 만개한 봄꽃을 옛 첫사랑처럼 기다린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문학산 고마리길
인천 시민이라면 문학산의 소중함을 잘 안다. 인천 역사의 증거이며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들뿐 아니라 등산이나 아이들 소풍 장소로도 찾는 곳이다.
이곳은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핀다. 문학경기장 쪽에서 삼호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고마리 군락지가 있다. 고마리는 여름꽃으로 아직 봉오리도 맺지 않았지만 여름이 지나는 길목에서 지천으로 핀다. 이 고마리길 2㎞ 채 안 되는 거리에도 진달래, 매화, 개나리가 알록달록 수놓는다.
당매자, 분꽃나무, 애기나리, 자주괭이밥, 귀룽나무, 온 산을 노랗게 수놓은 생강나무꽃, 산수유, 앞만 보며 산길을 걷다 무심코 내려다보면 노란 애기똥풀꽃이 발길을 잡는다. 줄기를 꺾으면 나오는 노란 액이 애기똥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애기똥풀, 한편으로는 박완서 소설의 ‘그 많던 싱아’가 새하얗게 무더기로 피어 있다.
미세먼지로 연일 숨을 쉬기 어려운 날들이지만 문학산 등산을 시작으로 봄 마중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 작고 여린 들꽃부터 크고 소박한 목련, 진달래, 개나리, 낙화 분분한 벚꽃까지 문학산은 봄내 꽃 앓이를 하고 있다.
연경산 공원
백학초등학교 쪽에서 올라가다 보면 제2경인고속도로 아래로 족구장, 배드민턴장 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 뒤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구름다리 아래로 보이는 산 아래 풍경이 가히 무릉도원이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는 무더기로 몰려있어 꽃 속에 산이 있는지, 산속에 꽃이 있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군데군데 샛노란 개나리를 의자처럼 깔고 고목이 된 벚꽃나무들이 그 잎들을 온통 봄바람에 실어 흩뿌리면, 봄날이 끝날 때쯤 연경산 전체는 한바탕 흰 물감 잔치로 들썩인다.
등산로 입구에 늠름하게 서 있는 백목련이 커다란 꽃잎을 터트리기 위해 망울을 맺기 시작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산책도 하고 정자 아래서 김밥도 먹으며 바야흐로 꽃놀이 채비를 한다.
이 밖에도 아파트 전체가 벚꽃으로 가득한 학익동 신동아아파트 단지와 야구장 주변으로 벚꽃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어 꽃놀이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인기 있는 문학경기장, 용정공원, 미추홀공원 등이 미추홀구를 봄꽃 향연으로 이끌고 있다.
익히 알려진 인천대공원은 인천시민의 벚꽃관광 나들이 장소로 이미 자리 잡았고, 서구SK석유화학공장, 동인천 자유공원 등도 봄꽃 즐기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