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마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첫째는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고, 둘째는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이다.
그런데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이라는 의미의 마을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드문 일이 됐다. 사람 사이 왕래는 없이 물리적 공간으로서 마을만이 존재하고 있는 요즘,
남구는 지난 몇 년간 노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마을 만들기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남구는 지난 2010년부터 차례차례 준비기를 거쳐 2012년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과 2013년 통두레 모임을 추진했다. 올들어 3월 평생학습을 통한 창조적 마을 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7월 조례를 제정해 창조적 마을 만들기 주민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구가 추구하는 마을 만들기란 마을의 외형적인 환경개선을 넘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주도를 통해 주민자치를 확대하고,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이웃 간 관계망을 복원해 공동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다. 즉, 주민들이 직접 살고 있는 마을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더욱 더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데 구에서 다양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마을
구도심 남구는 거주민의 발길을 붙잡기에 다소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재개발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재개발 취소라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쏟아 낸 마을들이 많았다.
이러한 배경은 주민 간 소통을 단절시키고 심한 경우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더 좋은 마을 만들기에 나선 몇몇 마을에서는 재개발 취소가 오히려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 1, 2년 전만해도 학익동 노적산 호미마을은 재개발이 무산된 후 이사를 가는 사람들도 늘고, 이견이 있는 주민들 간 사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 주민들이 모여 다시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안을 만들었다.
유현자 통장은 개인적으로 전국의 유명한 벽화 마을을 찾아다니고 각종 강좌를 신설하는 등 마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노적산 호미마을은 11월 초 마을계획 주민보고회를 마치고 살고 싶고 가고 싶은 호미마을 만들기 1단계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주안3동 기흥주택은 5t이 넘는 쓰레기를 치우고 쓰레기 없는 마을로 단숨에 탈바꿈을 했다. 청소 후 화단도 만들고 주변 환경 정리를 깨끗이 한 다음에는 노인정 하나 없어 갈 곳이 없던 어르신들이 쉴 만한 공간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은 주민들의 협조가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여러분 모이시다 보면 아무래도 조금 시끄러울 수도 있겠죠. 그것 때문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좀 더 편안하게 계실 수 있는 장소를 새로 물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이 어르신들을 위해서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김현자 통장이 당부의 말을 전했다.
. 주안 6동 풍성한 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주민공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천연비누와 우드버닝woodburning 작품들을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고 있고, 앞으로 문패와 우편함도 만들어 나누고 마을 간판도 세울 계획이다.
김순국 통장에게 마을 만들기를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 하자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희생이 따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시작했으면 한다"며 "그런 마음이라면 그 희생이 분명 보람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숭의동 우각로 문화마을, 주안5동 염전골 등이 마을 만들기를 진행 중에 있다. 이들처럼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학산마을협력센터의 문을 두드려 보기 바란다.
센터에서는 컨설팅 전문가를 투입해 교육을 진행하는 등 마을 만들기 기본설계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유진수 센터장은 "마을 만들기는 취지와 의미, 방식 등에서 제대로 학습하지 않으면 왜곡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교육이 중요하다"며 "마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주민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경 기자 with061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