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인천에서 전국연극제가 열렸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도시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각 시도 대표들의 경선작과 해외 초대작 등이 어우러져 약 40일간 인천을 달구었다. 당시 해외초청작으로 일본극단 도비라좌의 동화의 관이 상연되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이기도 한 은혜갚은 학 이야기를 성인버전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극단 도비라좌 대표인 요코우치 겐스케 씨가 극작, 연출했다. 작품의 무대는 설산유곡의 외딴 집. 늙은 어미와 노총각 아들 둘만 사는 이 집에 젊은 여자가 나타나며 일어나는 비극을 그렸다. 이 공연은 일체 전기를 쓰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수십 개의 촛불로 무대를 밝히고, 음향은 배우들이 직접 도구를 써서 연출하며, 음악도 반주 없이 가수의 목소리만 사용한다.
인천연극제 참가가 결정되면서, 도비라좌는 동화의 관을 한일합작극으로 재구성하기로 하고, 여주인공 다즈역과 무대미술, 음악을 한국에 맡겼다. 특히 다즈는, 타지에서 온 여인이란 설정이라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었다. 인천에 이어 부산 국제연극제, 일본의 도쿄와 아쓰기 등 양국 4 도시에서의 공연이 결정됐다. 무대미술은 청강대의 전성종 교수가 맡았으며, 음악은 한국의 정가(正歌)를 채택, 여창가객 황숙경 교수의 참가가 결정됐다.
대본 번역이 완성되고, 한일 양국의 심사단이 모인 가운데 다즈 역 오디션이 치러졌다. 최종 합격자는 한예종 출신의 신인 김성경 씨. 바로 대사 연습이 시작되었다. 대본은 한국어가 일부 섞여 있긴 하지만 대부분 토속적인 일본어.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그녀는 그것을 무서운 집중력으로 익혔고, 그 노력은 이후 일본인 관객들의 갈채로 이어졌다. 눈속에 파묻혀 죽어가던 다즈 역을 하기 위해 진짜로 설악산에 들어갔다가 조난을 당했던 이야기는 7년이 지난 지금도 도비라좌의 배우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이 작품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묵직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조화이다. 살아남기 위해 옷이 풀어지는 줄도 모르고 온몸을 던지는 여자,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읊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차라리 가련할 정도. 그런 그녀를 끝없이 갈구하면서도 노모의 질투와 욕심에 흔들리는 나약한 아들. 그 아들을 자식으로 남자로 품고 독점하려드는 노모.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삶에 울타리로 창살로 간섭해온 마을 아저씨. 애욕과 생존, 거짓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며 네 명의 등장인물은 이 작품의 제목처럼 관(棺)이라는 결말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 모든 꿈들이 위선이라는 폭력으로 무너지는 절정 장면. 잠시의 침묵 후 머언 하늘에서 들려오는 황숙경 교수의 정가 청산별곡은 그야말로 처연한 바람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가르며 한국고전음악의 경지를 새겼다.
이후 연극 동화의 관은 2010년 인천극단  무대에 의해 다시 제작되었다. 당시 다즈역을 맡았던 여배우가 공연을 앞두고 로마국제연극제에 갔다가 신종플루로 세상을 떠난 일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작년 부평의 극단 두발로하늘을걷다가 공연하여 다즈역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13일부터 극단 시월이 한달간 대학로에서 상연한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고 했다. 그처럼 연극은 다루는 사람들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 태어난다. 하지만 작품 동화의관이 주는 메시지는 늘 강렬한 쐐기가 되어 쉽게 거짓을 허용하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올해는 극단 무대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보다 농밀한 무대를 지향하고 있어 또 하나의 색짙은 동화의관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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