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막을 내린 세계 최고의 영화제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계에는 다소 흐뭇한 일이 있었다. 20대의 나이에 감독과 배우를 넘나들며 칸과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휩쓸고, 칸국제영화제 역사상 최연소 심사위원까지 맡았던 자비에 돌란과의 이야기이다.
칸국제영화제는 영화제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고파는 세계 최대의 필름마켓으로도 유명한데, 올해 예술영화들을 사기 위한 한국 수입사들 간의 경쟁이 유난히 치열했다고 한다. 경쟁은 가격상승을 부르고 특히 유명 감독, 배우들의 영화는 더욱 그렇다. 당연히 자비에 돌란의 신작은 예술영화 수입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영화였는데, 자비에 돌란이 직접 그 동안 한국에 잘 안 알려졌던 자신의 초기작부터 꾸준히 수입과 배급을 했던 특정 한국영화사가 자신의 신작도 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해외 수출사에 알려 실제 그렇게 된 사실이다.
작년 한해 의리를 외쳐댔던 한국을 알아서일까? 정말 의리 있는 멋진 행동이다!
<엘리펀트 송>은 그가 연출이 아닌 배우로 활약한 영화이다. 원작은 동명의 연극인데, 2004년 스트렛퍼드 축제에서 첫 상영된 이후 파리의 몽파르나스 극장에서 100회가 넘게 무대에 올려졌고,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영화는 연극의 각본가인 작가 니콜라스 빌리온이 그대로 영화의 각본을 담당했고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최고 각색상을 수상한 뛰어난 작품이다.
원작 연극에 충실한 영화답게 영화는 몇 번의 회상씬을 제외하고는 정신병원의 진료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거의 이루어진다. 당연하게도 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를 이끄는 힘이 되는데, 정신과 환자 마이클역을 맡은 자비에 돌란은 물론, 상대역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 역의 캐나다 최고의 배우 브루스 그린우드는 물론 명배우 캐서린 키너와 <매트릭스>의 스타 캐리 앤 모스까지, 조연들의 연기 또한 탄탄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정신병동의 정신과 의사 로렌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실종의 비밀은 그를 마지막으로 본 환자 마이클 만이 알고 있고, 사건 전말의 진실의 열쇠를 쥔 그가 제시한 조건은 세 가지! 내 진료기록을 절대 보지 말 것! 간호사 피터슨을 배제시킬 것! 그리고 내게 초콜릿 박스를 선물할 것!
물론 현대 대중 영화들의 지나친 자극성에 무뎌진 감각으로 보면, 영화는 다소 지루하고 결말도 조금 실망스럽다. 그러나 탄탄한 드라마와 명배우들의 연기는 예술영화 관객들에겐 크나큰 선물이 될 것임에 틀림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