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 예술영화계의 중요한 작품은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そして父になる)>였다. 그 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고 일본의 정우성이라 불리는 스타배우 후쿠야마 아사하루의 출연도 화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이 감탄한 건 소박한 소재를 다룬 영화의 완벽한 완성도였다. 한국에서도 일본영화로는 드물게 약 12만5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예술영화로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 감독의 전작들과 함께 두꺼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작품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전작들처럼 현대 가족의 붕괴와 새로운 가족 형태의 가능성 이라는 소박하지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역시 <호타루의 빛>, <이치>, <해피 플라이트>의 아야세 하루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눈물이 주룩주룩>, <깨끗하고 연약한>의 나가사와 마사미 등 일본 최고의 스타 여배우들, 그리고 막강 조연배우들과 함께. 거기에 원작은 2013년 일본 만화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전작을 함께 한 촬영감독과 다시 힘을 합쳤고,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 송강호 주연의 한국영화 <우아한 세계>의 일본 대표 영화음악감독 칸노 요코가 합세했으니,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과 막강 스텝들이 작정하고 합심한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현대 사회의 새로운 가족 형태의 절대적 필요성과 그 가능성 을 다룬 주제의 연장선상의 작품이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부성을 다뤘다면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모성을 다룬다. 도쿄 외곽의 카마쿠라라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사는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는 15년 전 집을 떠나 바람을 핀 여자와 새 살림을 차렸던 아버지의 부고를 듣는다. 누가 대표로 가느냐로 잠시 다투지만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세 자매는 그곳에서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리고 불륜녀 사이에서 낳은 이복 여동생 스즈를 만난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역. 친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인 새엄마와 살고 있던 이복 여동생에게 세 자매는 이렇게 외친다.
"우리랑 같이 살래? 넷이서 함께!" 그렇게 네 자매의 가족생활이 시작된다.
어쩌면 현대 한국사회도 이미 앓고 있는 전통적 가족 가치의 붕괴, 그에 따른 신가족 형태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12월19일(토) 오후2시 영화공간주안 <제32회 사이코시네마 인천>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