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인물

계양산 자락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풀내음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동네 다남마을. 농촌 풍경이 가득한 길을 돌고 돌아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22호 목조각장 이방호 선생을 찾았다. 작업장으로 향하는 집 마당 한 편에는 흰머리 노모가 도토리가루를 반죽하다말고 앉은 채로 맑은 미소로 손을 반긴다.
목조각장이란 나무를 깎아 형상을 만들어내는 장인이다. 공방 안에는 200여점의 크고 작은 불상이 가득하다. 그는 조각도 하나로 하루 8~10시간 나무조각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조각할 때 나무와 나무를 접목한 후 조각을 하는 접목식 전통 방식을 사용한다. 접목식이란 불상의 목, 몸통, 하체부분을 이어붙인 뒤 조각을 하고 다시 해체한 후 안쪽면을 최대한 파내 작품을 완성한 뒤 다시 이어붙이는 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불상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이렇게 불상 하나를 완성하는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미적 가치와 장인의 예술 혼이 숭고함으로 빚어 올려진 결정체인 것이다.
선생은 마무리 작업에 절대 사포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포를 사용하면 빨리 끝나고 편합니다. 그러나 전통 목조각은 칼로 해야 해요. 아무리 매끈한 얼굴을 표현해도 칼 하나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저 묵묵히 조각칼 하나로 목조를 다듬고 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부산 백련사 백의관음보살상, 제천 정방사 관세음보살상 등 전국에 수백점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혼신을 다해 생명을 불어 넣는 목재들은 대부분 은행나무나 가야목, 피나무이다. 소나무보다는 틀어지거나 갈라짐이 작고 오래 보존되기 때문이다.
2009년에 무형문화재가 될 때까지 끈기 하나로 40여년을 장인 정신으로 버텨왔다.
목공예에 입문하게 된 것은 고교시절 목공예 공방을 운영하던 친척 형 집을 방문하면서였다. 뒤이어 조선불상의 1인자 일섭문도회 전기만 선생의 제자가 됐고 90년대 이수자가 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으로 이어졌다.
일섭문도회에는 조각을 포함, 단청, 조각, 고건축 등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포진돼있다. 조각분야에서는 조선시대 불상조각의 최고봉인 일섭스님의 대를 이은 석정스님, 그 대를 이은 전기만 선생, 그리고 이방호 선생으로  이어진다.
선생은 좀 더 많은 이들이 우리 기술을 배우고 익혀 한국문화 숨결이 대대로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어려움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산에 오르는 느낌"이라고 대답한다. 이어 "목공예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수입품에 밀려 찾는 수요도 적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배우려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분가해 나간 제자들을 한달에 한두 번 만나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고 인천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정부에서 조각뿐만 아니라 정비나 전기, 타일 등 수련공 전승 기술자를 뽑아 가르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인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기능을 배울 기회를 주고 숙련기술자를 찾아서 가르치는 정책은 다행이라고 말한다.
조각에 대해 관심 있고 재능 있으면 시작해보라고 권하는 선생이다. 취미로 배워서 직업으로 연결시키다보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강조한다.
"경제적으로 편치는 않지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조선불상조각에 나머지 힘을 쏟을 겁니다."
안저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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