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그렇게 잘 불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불었던 한오백년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이런 끌림은 어릴 때부터 서예와 한자를 배우고 자란 유년시절에 있을 것이다. 선생이 태어난 곳은 경북 예천으로 물체당이라 불리는 고향집이 중요문화재 민속자료 174호로 지정됐다.
"그랬겠죠. 어릴 때부터 한학을 배웠으니까요."
중학생의 대금 가락에 매료되었던 20대 후반의 그가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인천시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됐다.
"제가 조금 늦게 대금을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나이가 있는 수강생들한테 그러죠. 젊은 사람이 한 시간 연습하면 여러분들은 삼심 분 더 연습하면 된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뭐든지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선생은 故 김정식 선생에게 대금 정악을 배우고, 대금장을 전승받기 위해 이른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그 이후에는 오롯이 대금장 전승에 매진을 했다.
"좋은 대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주에도 능해야 합니다."
부는 것과 만드는 것, 어느 것을 위에 둘 수 없다는 임경배 선생은 둘이 함께 가야 좋은 악기가, 좋은 연주가 탄생한다고 한다.
대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쌍골죽(양쪽 줄기에 홈이 깊이 파인 대나무)이 필요하다. 1월이 쌍골죽을 찾아나서는 적기라고 한다.
"남해 쪽으로 내려가야 쌍골죽을 구할 수 있어요. 어떤 해는 1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하나도 구하지 못할 때가 있죠."
대금에는 쌍골죽만한 재료가 없다. 쌍골죽은 대나무가 3년에서 5년 이상 자라야 하는데, 요즘에는 쌍골죽이 고가의 대나무라 젊은 사람들이 마구 베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악기는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휘어진 대나무를 바르게 편 후, 내경을 뚫는 것 모두 옛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임경배 선생은 유독 우리의 전통을 소중히 여긴다. 평상시에도 어김없이 동정이 달린 한복을 갖춰 입고, 선생의 강의실을 찾는 학생들에게는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갖춰야 하는 인사와 예절을 전한다. 바른 자세에서 바른 마음이 나온다는 지론이다.
선생은 시조에도 능하다. 실제 대금은 시조 반주에도 많이 연주된다.
故 김정식 선생의 시조 반주를 접한 후 시조를 배워 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 시조 사범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대금은 연주자가 스스로 음을 만들어서 소리를 내야 합니다."
선생의 말을 한 마디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만파식적이다. 신라의 신문왕 시절로 돌아가 나라의 근심 걱정을 없애주었다는 전설의 피리를 떠올리며 "정말 대금을 불면 근심이 사라지냐?"는 질문에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럼요. 비가 너무 와서 저 비가 그쳐야 하는데, 라는 마음으로 대금을 불다보면 비가 멈추지는 않았어도, 걱정하는 마음은 멈춰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대금의 매력이다. 소리를 만들어 내야 소리가 나오는 대금. 비가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리를 내다보면, 어느새 시름이 사라진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대금과 함께 올해도 우리 음악과 전통을 알리며 보낼 계획이다. 국악회관에서 대금 수업과 학교, 문화센터 등 강의를 통해 전통 음악을 알리고 전파하겠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선생이 품은 우리 문화의 전통과 국악의 자긍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황경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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