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성큼 다가온 7월. 녹음이 짙어질수록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가로수가 드리운 그늘로 찾아든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잠깐 동안에도 그늘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길을 걷다 만나는 느티나무의 그늘이 새삼 고맙다. 그러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입가에 번지는 미소. 나무와 바람, 너만이라도 변함없이 있어 준다면 나는 이 여름의 뜨거운 햇살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도심 속 시원한 그늘을 찾아간다.
 
쇼핑과 함께 주안체육공원
주안체육공원은 작지만 특별하다. 주안지하상가와 인접해 있어 쇼핑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겸할 수 있다. 여름철 지하상가의 매력은 휴가철 가격 할인과 에어컨 바람. 알뜰 쇼핑과 함께 어느 정도 땀이 식었다면, 12번 출구로 나와 주안체육공원으로 향해본다. 걸어서 5분 거리의 주안체육공원은 주안1동 주민센터와 마주하고 있다.
상가와 주택가를 지나 언덕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정겨운 놀이터가 보인다. 시소와 미끄럼틀, 벤치가 어우러진 놀이터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놀이기구와 간단한 운동기구만 이용하고 금세 발길을 돌리면 반쪽짜리 산책이다. 주안체육공원의 매력은 놀이터를 돌아 나와 만나는 초록의 작은 공원에 있다. 눈길과 발길을 조금만 돌려 놀이터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또 다른 공원이 펼쳐진다.
"이 계단은 비가와도 우산이 필요 없다니까." 우연히 계단을 함께 오른 주민의 말처럼 양옆의 나뭇가지가 하늘을 덮고 있다. 작은 탄성과 함께 마주한 정자에는 더위를 피해 모여 앉은 어르신들이 눈에 띈다. 가끔씩 장기를 두곤 한다는데 해가 조금은 기울어야 벌어지는 풍경이란다. 정자를 지나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가족을 조심스럽게 지나치자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키 작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토끼와 함께 달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계수나무가 그 이름이다. 계수나무와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맘에 드는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히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공원이다.
 
 
도심서 만나는 인공폭포 수봉공원
 주안체육공원에서 도보 15분 거리. 딱 그 정도만 걸으면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주상절리 형상의 인공폭포를 만날 수 있다.금강산의 일부를 재현한 국내에서 가장 큰 인공폭포다. 입구에 올라서는 순간 2단 규모의 웅장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쉬운 점은 인공폭포다보니 폭포수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경관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쉬움은 금세 사라진다. 폭포 앞의 계단식 야외무대에 서면 탁 트인 전경에 눈이 즐겁다. "세발자전거만 타다 오늘 처음 두발자전거를 타는 거예요."
딸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기 위해 왔다는 부부는 휴일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들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제법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초입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즐기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드나들 수 있는 수봉도서관이 옆에 있어 더위도 피하고, 책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여러모로 마음이 놓인다.
폭포수의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싶다면 낮 12시에서 오후 6시 사이 두 시간 간격으로 30분씩 가동하는 운영시간에 맞춰 찾으면 된다.
 
 
복작복작해 좋은 용남어린이공원
 수봉공원 인공폭포에서 탁 트인 시야를 즐겼다면, 조금은 복작거리는 곳이 그리워진다. 사람과 산책, 여유가 함께하는 곳을 원한다면 용남어린이공원으로 향하자.
수봉공원인공폭포에서 그리 멀지 않고 반찬 고민까지 해결해 줄 용남시장이 가까이 있어 여러모로 안성맞춤이다. 용남어린이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익숙한 트로트 가락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한곳에 어울려 함께 하고 있다. 놀이터의 상징인 미끄럼틀은 왕국이 돼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양옆으로 늘어선 느티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정자에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젯밤 뒤숭숭했던 꿈자리도 이웃들의 해몽에 한결 가벼워지고,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 괜히 힘이 나는 그런 공원이다.
복작대지만 어수선하지는 않다. 놀이시설을 둘러싼 원형의 산책로와 벤치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결계 같다.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바람에 실려 가는 신비로운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휴대폰을 놓고 벤치에 앉아 잠시 여유를 즐긴다. 모두가 함께해서 더 좋은 우리 동네 공원이다.
 
 
나무와 새소리에 흠뻑 석바위공원
 도로로 나와 버스를 탔다면 주안도서관, 석바위시장, 인천고등학교 그 어디에서 내려도 좋다. 주안4동주민센터를 지나 주안도서관을 향해 걷다보면 석바위공원이 금방 눈에 띈다. 공원에 들어서기 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이 주안도서관이다. 초행길이라면 도서관 옆의 빨간 풍차에 시선을 뺏긴다. 빨간 풍차 옆 정자에 걸린 주안애(愛)쉼터가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걸 석바위공원에 오르면 금방 알 수 있다.
석바위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야산에 온 듯한 느낌의 규모에 있다. 주변에 꽃나무가 많아 꽃그늘이 만들어지고, 나무가 많다보니 찾아오는 새의 종류도 다양하다. 덕분에 많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봄이면 벚꽃과 철쭉, 개나리가 한창인데 봄이 지나 여름에 드리운 그늘이 꽃그늘이라 생각하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숨어있는 산책로 미추홀공원
 공원을 찾다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학익동과 주안 사이에 보석처럼 숨어있는 미추홀공원은 거닐수록 숨어있는 매력에 반하게 된다.
놀이터와 운동기구는 기본이고 정자와 분수대, 구름다리까지 처음 한 바퀴에서 시작한 산책이 나도 모르게 대 여섯 바퀴를 돌게 하는 산책로다.
걷다가 만나는 또 하나의 매력은 연못. 초록의 나무가 드리운 연못가 그늘에 앉아 여유를 즐기다보면 오가는 이웃을 만나 눈인사를 전하게 된다. 처음엔 혼자였지만 산책을 하다보면 둘이 되고, 셋이 되는 공원이다.
숨어있듯 피어있는 들꽃도 미추홀공원의 매력이다. 어릴 적 만들어 끼던 토끼풀 꽃반지와 개망초에 눈길이 간다. 풀밭을 관리하다 쉽게 베어지는 들꽃이겠지만 들꽃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을 타고 날아와 이듬해에 다시 피게 될 꽃들이다.
공원 입구의 매력도 재미있다. 주택가를 향해 나 있는 입구와 다르게 반대편은 도로로 빠져 나가는 길이다. 이쪽으로 가면 학익동, 저쪽으로 가면 신기시장과 인하대로 연결된다.
 
 
알아서 척척 그늘터가 되다
 도심 속 그늘이 사랑방이 됐다. 담장 밑 그늘에 의자가 놓이자 사람들이 모여 앉는다. 이른 아침 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는 중이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재활용품 정리를 하다 잠시 들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경로당을 오가는 어르신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복더위가 코앞인데 김장에 쓸 마늘 값이 비싸다는, 때 이른 걱정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된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이웃과 눈이 마주치자 선뜻 휴식을 권한다. 더위에 지친 행인에게는 자리까지 내어 주며 옆으로 비켜 앉는다. 더위를 피해서 하나 둘 모여 앉다보니 의자가 부족하다. 어디서 구했는지 버리기 직전인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이라도 식혀주면 귀에 익은 노랫말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 다음 가사가 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도 이렇게 한시름을 놓듯 앉아 있으면 올 여름의 더위도 조금은 수그러들 것 같다.
황경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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