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번호 2317번. 
 
 
 
 호출이다. 여자는 면회실로 향한다.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일찍이 그녀의 약혼자였던 남자. 10년을 사랑했다. 행복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던 시간들. 하지만 운명의 시샘이었을까 여자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토록 바랬던 미래는 높고 높은 차가운 벽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면회 뿐.
 남자는 오늘도 면회를 왔다. 허락된 잠깐의 시간동안 그들은 옛추억을 새기며 웃고 일상의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짧다. 일어서 떠나는 남자가 남기는 말은 늘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 말은 가시처럼 여자의 가슴에 박혀 심장을 얼리고, 그 가시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남자의 마음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상실의 고통이란 마치 매초마다 심장을 얇게 썰어대는 것과 같다고 그랬던가. 견디다 못한 여자는 어느 날 꾹꾹 눌러 참았던 말을 터뜨린다.
 극단 연미의 신작 공연 면회(이성권 작,연출)가 시작된다. 2016년도 인천문화재단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따라 문학시어터의 상주극단으로 선정된 후, 처음 상연되는 작품이다.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게 서정적인 문체와 잔잔한 연출로 마치 점묘화를 그리듯 이슬비가 되어 관객의 마음을 적셔줄 예정이다.
 연극은 공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장점이 있다. 모두와 함께 있는 장소보다 단 둘만이 있는 장소에서 더욱 특별한 감정이 생겨나듯이, 연극은 제약을 즐기는 예술이다. 
 공연 면회는 교도소 면회실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특별한 사건도 없이 남녀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극이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남녀의 언어들은, 그들의 애틋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외로움, 그리고 상실. 마치 공해와 같은 현대인의 질병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새삼 꺼내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속이 텅 빈 분주함으로 가득차 있다. 생활이 점점 더 빠르고 번잡하며 변화가 많아질수록 그 안의 고독은 더욱 어두워져만 간다.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 우리는 왜 상처를 받는가, 왜 살고 있는가.
 외로워, 쓸쓸해, 슬퍼, 아파. 상대의 웃는 얼굴 아래 숨겨져 있는 감정들이 나를 쳐다본다. 그건 곧 내 마음의 투영이다. 상대방의 가슴엔 늘 거울이 있는 법이니까. 
 연극은 시와 같다. 극장을 찾아가는 건, 시집을 펼쳐 읽는 행위다. 창작물을 감상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모습을 더 잘 보기 위함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직접 연기해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배우의 육신의 움직임과 목소리에 나의 삶이 묻어난다.
그리고 만남을 끝내고 일어설 때,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내 자신에 대한 사과. 그저 과거의 기억에만 사로잡혀 스스로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보듬어주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연극 면회를 통해 조용히 자신의 내면과 조우해보자.
 6월 7일부터 12일까지. 문학시어터에서.
 문학씨어터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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