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걷다보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커피 판매점이 있지만 선뜻 들어서기가 망설여진다. 검증되지 않은 맛과 분위기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멀지 않은 곳에 좋은 카페들이 있다. 숨겨진 속살 같은 카페들을 소개한다.
 
시골길에서 만남직한 마당이 있는 집 커피트리
커피트리에 처음 오는 손님들은 "아니,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라며 의아해 한다. 들어서자마자 풀꽃들이 고객을 맞는다. 고르지 않아 울퉁불퉁한 마당엔 심심하게 놓여있는 작은 돌멩이들 사이로 가을꽃들이 새초롬하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 반으로 가른 항아리들은 종횡으로 줄을 맞춰 모양을 내고 있고 튼실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커피나무는 누렇게 잎이 말라가고 있다.
100여 평의 너른 마당 한 켠에는 지붕을 덮은 야외 테라스 아래 너댓 개의 테이블이 옹기종기 놓여 있다. 자연친화적 정원과 갓 볶은 구수한 커피, 누구나 편하게 수다 떨 수 있는 도심 속 자연정원이 매력 포인트다. 얇게 구운 밀라노피자의 유혹도 뿌리치기 어렵다.
20여 년을 커피 전문가로 활동해온 오정화 대표는 "마당이든 실내든 자유롭게 거닐 수 있고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작은 방도 있어 단체나 가족단위도 언제든 마시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카페 2층은 오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 최대의 커피전문 학원이다.(남구 미추홀대로 61, 862-1238)
 
안방보다 편안한 만화카페 더 쿠스(THE KOOS)
인하대학교 후문 문화의 거리에 있는 만화카페 더 쿠스(THE KOOS)(대표 백수연)가 학생들에게 차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고 책도 보는 복합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00평의 공간에 5만권 정도 구비된 책은 순정 만화부터 코믹스, 마블, 웹툰, 소설책, 판타지, 명작코너 등 장르별로 다양하다.
실내는 특이하다 못해 형이상학적 구조다. 육각형의 벌집모형이 단층과 이층으로 배치돼 있다. 공간 활용도와 편안함, 독특한 디자인까지 고려해 고안했다는 설명이다. 한쪽 공간을 체험구역으로 설계, 나만의 휴대폰 케이스를 꾸밀 수 있게 했다. 100 여가지의 소품들을 취향에 맞게 붙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커플링 만들기 등 유행에 따라 계속해서 바뀐다.
심원보 카페 매니저는 "앞으로 더 쿠스를 통해 인하대 주변은 물론 남구 전체로 신선한 문화적 변화가 정착될 때까지 감성적인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먹거리는 라면, 볶음밥 등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메뉴가 주를 이룬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운영된다. 청소년은 밤 10시까지다.(남구 경인남길 30번길 65, 865-5959)
 
도심 속 그린라이트 공간 비오톱101
비오톱101(공동대표 김진호·조영진)은 SNS에서 널리 알려진 커피집이다. 거품을 뺀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쓴다. 1만2천원으로 즐길 수 있는 브런치는 매일 종류가 바뀐다. 달달한 수제 티라미스는 주문 즉시 만들어준다.
넓은 내부는 다양한 주제로 공간을 분류해 소품들을 갖춰놓았다. 미술관 같기도 하고 우아한 호텔 커피숍이 연상되기도 한다. 핑크빛 실내와 꽃, 푹신한 소파로 꾸며진 화장실은 압권이다.
애견동반카페는 애견카페와 개념이 조금 다르다. 옆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강아지를 안고 있거나 캐리어에 넣어야 한다. 간혹 심하게 짖거나 답답해하면 매너벨트(기저귀)를 채워 테라스에 내놓으면 된다. 매너벨트는 1장당 1천원으로 수익금은 전액 유기견 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비오톱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다. 도심속 최소한의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군집 서식공간을 의미한다.
주안역 9번 출구 다비치안경 옆.(남구 미추홀대로 72, 867-1011)
 
화해와 치유 공간 더 바인(THE VINE)
기타가 한 쪽에 비스듬히 놓여 있고 화이트와 원목으로 꾸민 프로방스 스타일 분위기가 들어서는 순간 펼쳐진다. 은은하고 아늑한 조명, 소품들이 앙증맞다. 손바닥만한 액자가 수십여개 놓여있고 온갖 그림들이 글씨와 함께 빛을 발하고 있다. 자기 집처럼 편안한 카페가 이곳의 컨셉이다.
홍성빈 대표는 애초 종교적 메시지를 담고 시작했지만 종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스케치북과 색연필 등을 비치, 아이들이 놀 수도 있고 기타를 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30여 평에서 15명 정도 앉아 토론할 수 있는 회의실은 모임이나 작은 파티도 가능하다.
매일 소량 로스팅으로 신선하고 구수한 커피를 제공하며 이무현 이미지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극동방송, TV특종 놀라운세상 등에 출연하기도 한 이 작가는 이곳에서 창작 활동을 하며 고객이 원하는 문장이나 그림을 의뢰하면 소액의 액자 값으로 나만의 맞춤 그림액자를 제작해 준다.
더 바인은 요한복음 15장 5절에 나오는 나는 포도나무요에서 따온 상호다.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남구 소성로 180 영광빌딩 2층, 010-7211-3432)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꽃차마실
수년간 요리사 경력에 다도 25년, 꽃차전문가 10년. 바닥부터 천정까지 빼곡히 쌓여 있는 100여 종의 꽃차들. 각양각색의 색깔부터 모양, 향까지 범상치 않다. 숭의평화시장 골목안 비슷비슷한 가게들 속에서 노란 국화화분이 놓여 있는 곳이 꽃차마실(대표 민후남)이다. 유리문을 밀면 아홉 번 덖은 생강차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길다랗게 놓인 나무차탁은 예닐곱명은 넉넉히 앉을 수 있다. 차탁 한쪽에는 차 덖는 화덕이 있다.
이곳의 자랑으로는 목련차, 감로수국으로 만든 이슬차, 유자와 쌍화를 교합한 유자쌍화차를 꼽는다. 겨울에는 생강, 국화, 한방차를 권한다. 한방차 20여 종과 우리 꽃차는 100여 종이 넘는다.
반전이 있다. 꽃차는 모두 무료다. 교육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주인장의 말을 빌리면 그냥 마실가듯 오란다. 모든 차는 주인이 직접 만든다. 야생 꽃차부터 한방차 재료까지 웬만한 것은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남구 석정로 76번길 5-1, 010-7236-2366)
 
차와 흙의 조화 디오니소스 흙심
평화시장 꽃차마실에서 코끝을 휘감는 감미로운 여운을 놓치기 싫다면 두어 발자국 옆으로 방향을 틀면 감흥을 이어줄 정겨운 공간이 있다. 연극과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표방한 흙심(대표 유은정). 찻집이나 카페는 아니다. 흙으로 그릇도 만들고 꽃병도 만들고 자잘한 생활소품도 만드는 공방이다.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곳이지만 주민은 물론 스쳐가는 길손이라도 이곳에 들르면 프림과 설탕이 듬뿍 든 따뜻한 다방커피를 마실 수 있다.
저렴한 가격대에 1일 체험부터 전문가과정까지 원하는 대로 배울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흙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매장 안에는 알록달록 작품 500여 점이 진열, 다방 커피를 들고 가볍게 둘러보면 평화시장 하루나들이로 훌륭하다. 차와 흙. 향수를 자극하는 두 단어의 조합을 평화시장에서 건져갈 수 있다.(남구 석정로 76번길 5-1, 010-283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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