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은 설레지만 번거로운 생각도 든다. 큰 맘 먹고 준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기를 살피고 배 시간을 챙기고 어쩌면 물때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별한 계획 없이도 마음 내키면 훌쩍 다녀올만한 섬이 많아졌다.
본격적인 태양의 계절을 앞두고 자동차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당일치기 인천 섬 여행을 소개한다.
 
5월 말. 날씨가 제법 덥지만 긴팔 옷에 겉옷까지 챙겼다. 오전 10시 경 남구청을 출발했다. 평일이어서인지 소래를 지나 시화방조제까지 채 1시간도 안 걸린다. 급한 일 없으니 방조제길 한가운데 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멈춘다. 바다 색깔, 냄새, 바람,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에 나섰다. 물론 맛보기다. 잠시 뒤에 진짜가 나타날 테니까. 방조제 길을 건너면 대부도다. 대부도 상동 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보고 선재도, 영흥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정표만 놓치지 않는다면 헤맬 걱정 없는 외길이다.
 
선재도
사람들은 선재도를 지나쳐 간다. 영흥도를 갈 때 거쳐 가는 섬이다. 그러나 한번쯤 멈추어서 가만히 바라보자. 선재도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바라만 봐도 좋은 목섬
선재도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작은 섬이 보인다. 목섬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썰물 때면 모래톱길이 나타난다.
길이 열린 동안 선재대교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섬까지 걸어서 다녀올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어촌계에서 성인에 한해 입장료 1천 원을 받는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장에 들어가 뻘을 밟으며 생태계의 신비를 느껴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그러나 직접 만나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어딘가에 앉아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곳이 목섬이다. 해가 지는 저녁도, 하루가 열리는 새벽도, 눈 내린 겨울도, 비가 내리거나 햇빛이 반짝이는 그 어느 날도.
 
섬 안의 작은 섬, 측도
선재도에는 썰물 때만 길이 열리는 섬이 또 하나 있다. 측도. 목섬과 달리 사람이 사는 유인도이다. 목데미길이라고 부르는 자갈길을 자동차로 들어간다. 올망졸망한 마을이 섬 안에 있다. 마을 한 가운데 논도 있고 언덕배기에는 포도밭도 있다. 미니어처처럼 아주 작다. 사람에게는 뭔가를 기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더니, 좁은 땅도 놀리지 않는 부지런함이 그저 놀랍다.
섬 안에 몇 곳의 펜션이 있다. 그 섬에 밤새 머물며 밀물 때의 바다와 썰물 때의 갯벌을 마냥 바라봐도 좋겠다. 어린왕자가 그의 별에서 하루 종일 의자를 옮겨가며 일출과 일몰을 번갈아 구경했듯이.
 
영흥도
점심 시간을 조금 넘겨 영흥도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선재도에 정적인 매력이 있다면 영흥도는 좀 더 펄떡거리는 서해의 매력이 모인 곳이다.
 
싱싱한 활어 가득한 수산물 직판장
대교를 건너면 아래쪽으로 수산물직판장 간판이 보인다. 고깃배 모여 있는 선착장과 수산물 직판장이 맞붙어 있다. 선착장 맞은편에 칼국수, 횟집들이 늘어섰다.
직판장으로 들어가면 주차장 둘레로 바다낚시 가게가 몇 곳 보인다. 낚싯배는 1~2시간부터 하루 종일까지 다양하게 운항하는데 요즘은 우럭, 광어가 잘 잡힌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영흥도 바다낚시를 검색하면 여러 정보가 나온다.
직판장 안으로 들어가니 수족관에 제철 활어 가득한 가게들이 나란히 붙어 있다. 즉석에서 회를 떠 주고 매운탕을 끓여준다. 둘째·넷째 수요일은 문을 닫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에너지파크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에겐 똑같은 풍경의 바다나 갯벌이 지루할 수도 있을 터. 영흥 화력발전소 가까이에 있는 영흥도 에너지파크에 가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아이들 눈높이를 맞춘 에너지 체험 전시관과 공룡 모형, 태양광, 풍력, 자가 발전 기차 등을 모은 야외전시장이 훌륭하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이라면 충분히 즐거워 할만하다.
사람이 없는 평일에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예약제라 홈페이지(영흥에너지파크로 검색)에서 미리 확인하면 좋다.
 
솔숲 가까이 장경리 해수욕장
에너지파크에서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도착했을 때는 썰물 때여서 자갈 모래밭을 볼 수 있었다. 산등성이 너머로 풍력 발전기가 보인다.
해수욕장 인근에는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솔숲에서 보는 낙조가 일품이라고 하니 인근 캠핑장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을 듯싶다. 가까이에 어촌체험마을도 있어 동죽이나 바지락을 캐볼 수 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국사봉
섬에 와서 산이라니 뜬금없어 보이지만 영흥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드넓은 바다를 한눈에 보려면 국사봉에 올라보자. 해발 200m 안팎의 완만한 산이다.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통일사를 지나 정상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다른 코스에서는 소요시간이 다르다. 오솔길 따라 걸으면 나무 냄새도 좋고, 새 소리도 반갑다. 정상에서 보는 바다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바람 불어 좋은 십리포해수욕장
영흥도 북동쪽의 십리포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해안 절벽을 따라 만든 데크탐방길이 멋지다. 특히 마을과 바다 사이의 소사나무 군락이 이채롭다. 바람을 막기 위해 일부러 조성한 숲이라고 한다. 나무는 곧게 자란다는 편견을 깨고 구불구불 마구 뒤틀려 자란 소사나무. 어떤 식물도 살지 못하는 모래밭에 깊이 뿌리내린 생명력이 경이롭다.
십리포 해수욕장 들머리에 있는 시멘트 턱에는 바람처럼 놀다 가소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흔적 남기지 말란 말인가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바람과 함께 놀라는 뜻이었나 싶다. 바람이 많이 분다. 겉옷 챙겨오길 잘했다.
머리카락 날리며 해안 데크도 걸어보고, 모래밭도 걸어보고, 강인한 소사나무에게 말도 걸어 보았다. 꼬박 하루 동안의 섬 여행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신연호 편집위원
신연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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