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아 세상을 접할 수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다행히 시각장애인에게 세상과 통하는 문이 있으니, 바로 점자(點字)다. 시각장애인의 오랜 소망을 담은 송암점자도서관이 지난 11월29일 학익동에서 문을 열었다. 연면적 766㎡, 지상 3층 규모로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옆에 자리잡았다. 도서관 개관으로 인천지역 시각장애인들은 보다 편리하게 또 다른 세상과 소통하게 됐다.
도서관은 서고와 3개의 열람실, 점자도서제작실, 소리도서제작실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한글 점자 창안자 송암 박두성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도 들어서 있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고 불리는 박두성 선생은 인천 강화군 교동면에서 태어났다.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제생원 맹아부(서울맹학교 전신)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각장애인 교육에 앞장섰다.
당시 선생은 시각장애인에게도 의사소통을 위한 문자 체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일제강점기였으므로 일본어로 된 점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생은 1920년부터 비밀리에 한글 점자를 연구하기 시작, 7년 뒤인 1926년 11월4일 최초로 한글 점자를 완성, 발표했다. 바로 훈맹정음(訓盲正音)이다.
1446년 세종대왕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시한 후 480년 뒤 박두성 선생은 훈맹정음을 시각장애인에게 선사한 것이다.
송암(松庵)이라는 호는 독립 운동가이자 스승인 이동휘 선생이 암자 소나무처럼 절개를 지키며 살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
훈맹정음은 세로 3점과 가로 2점 총 6점으로 구성, 이 점을 조합해 64개의 점형을 만든다. 훈민정음의 원리와 같이 초·중·종성으로 이루어져 가로로 풀어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랑은 ㅅ, ㅏ, ㄹ, ㅏ, ㅇ으로 쓰며, 점자로는 아래 그림처럼 표기된다.
송암은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외다. 배우고 익히기는 5분이면 충분하고, 읽기는 반나절 밖에 걸리지 않고, 4~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라고 했다.
세종 임금이 백성들에게 알기 쉬운 한글로 글 세상을 열어 주었듯이, 선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알기 쉬운 한글 점자로 글 세상을 펼쳐준 것이다.
선생은 일제의 탄압과 장애자 교육에 무관심했던 환경 속에서도 평생 동안 시각장애인교육과 한글 점자 연구에 헌신했다.
훈맹정음이 창안된 지 90여 년 만에 송암의 마음을 잇는 점자도서관이 남구에서 환하게 불을 밝혔다.
이곳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화 및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평생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으로 다양한 점자도서와 소리도서가 제작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의 876-3504
박지숙 명예기자
박지숙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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