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인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치러질 평창, 강릉과 정선은 KTX 경강선 개통으로 더욱 편리하게 갈 수 있다. 그 중 강릉은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 너머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당일치기로 가기 좋은 강릉을 찾아가봤다.
 
강릉 & 동계올림픽
KTX 경강선 개통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수월해졌다.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평창이지만 실제 경기는 평창, 정선, 강릉 세 도시에서 열린다. KTX 경강선 평창역(스키, 스노보드 경기)과 진부(오대산)역(올림픽 스타디움,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등), 강릉역에서 경기장으로 갈 수 있다. 강릉은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등 빙상경기 개최지다.
강릉행 하루 전인 지난 1월5일, 원하는 시간대의 경강선 열차는 모두 매진이었다. 9시, 10시쯤에 느긋하게 서울을 출발해 점심시간을 전후로 강릉에 닿으려던 계획을 수정해 일찍부터 서둘렀다.
상봉역에서 7시28분, 맨 앞 칸을 동계올림픽 홍보물로 장식한 기차가 들어왔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퍽 많았다.
기차가 지나야 하는 터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시야가 막혀 답답하기도 했지만 험준한 산을 가로질러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계바늘이 막 9시를 넘었을 때 기차는 동계올림픽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역에 도착했다.
경기장은 아직 출입 금지. 올림픽 분위기를 대신 느껴보려고 평창올림픽 홍보체험관으로 갔다. 아담한 컨테이너 건물, 아기자기한 전시물, 대형이나 대규모에 익숙한 탓에 다소 실망스러운 규모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빙상 경기를 체험해 보며 해맑게 웃는다. 4D 영상관에서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의 체험영상을 보고 나오면 공식 포스터를 나누어 준다.
  
허씨 남매 & 초당두부
강릉의 인물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많이 떠올리는데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또 있다.
허난설헌, 허균 남매. 본명이 초희인 허난설헌은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시인이고 허균은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의 작가다.
천재 호칭이 무색치 않은 남매지만 그들의 삶은 불행했다. 허난설헌은 불행한 혼인 생활로 고통을 겪었다. 두 아이까지 차례로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고 스물일곱, 너무 아까운 나이에 요절했다. 누이의 시를 해외에 알린 동생 허균은 반역죄로 처형당했다.
그 불행한 천재들의 유적지가 평창올림픽 홍보체험관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ㅁ(미음)자 한옥의 기념관, 허 씨 일가의 시비 다섯 개가 위풍당당한 공원, 고풍스런 한옥이 서 있는 생가터, 집 둘레의 소나무 숲이 나그네의 발과 눈을 붙잡는다.
생가 터의 집은 세월의 먼지가 아름답게 내려앉았지만 허 씨 남매가 살던 집을 헐고 후대에 다시 지은 것이어서 생가터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바깥채 마루에 앉으면 아담한 정원이 편안하고 집 뒤로 가면 우람한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든든하다.
기념관이 있는 곳의 지명은 초당동. 강릉의 명물 초당두부와 같은 단어다. 초당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 그가 물맛 좋은 샘물로 콩을 삶고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삼아 두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초당두부의 기원이라고 전한다. 기록으로 확인된 적은 없지만 정설처럼 굳어진 일화다. 초당두부마을 음식점마다 이 이야기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고 있었다.
  
자연 호수 & 사대부의 고택
부드러운 초당두부로 허기를 달래고 경포호를 향해 나섰다. 겨울철이 아니면 기념관에서 경포호로 걸어가 그 둘레를 느리게 산책해도 좋을 듯하다.
경포호는 파도에 떠밀린 모래가 바닷물을 막아서 생긴 호수로 수천 년 전에 자연 발생했다. 맑은 하늘을 비추는 거울인 듯, 하늘색을 꼭 닮은 겨울 호수의 쓸쓸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여름이면 호수 끝자락 늪지에 가시연꽃이 황홀하다고 한다.
경포호 가까이에는 유서 깊은 고택이 있다. 조선 후기 사대부 저택인 선교장. 따뜻한 볕이 드는 집 뒤로 소나무 숲이 언덕처럼 둘러져 있고 집 앞엔 맑은 호수가 있으니,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좋은 자리다.
선교장은 규모가 100칸이 넘는다고 한다. 왕족이었다는 집주인의 위세가 짐작된다.
위세만큼이나 인심도 후해서 선교장은 금강산과 관동팔경 유람에 나선 선비들의 사랑방이었다. 과객들은 감사 표시로 글씨나 그림을 주었는데, 그 가운데는 조선 후기에 글씨로 쌍벽을 이루었던 김정희의 현판과 이광사의 글씨도 있다. 그 옛날 선비들이 북적이던 선교장에서는 숙박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해변 & 커피
강릉에 왔으니 바다를 봐야 한다. 여러 곳의 해변 가운데 커피거리로 알려진 안목을 최종 목적지로 정했다. 경포호 가까이에 있는 경포~강문~송정~안목 해변까지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작정하고 걸어도 좋다. 데크나 재미있는 구조물을 설치해 단조로움을 덜었고, 송정 해변의 소나무 길도 운치 있다. 그러고 보니 강릉은 곧게 뻗은 소나무가 지천이다.
안목 해변에서 만난 현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커피 해변의 기원은 횟집들 사이에 있던 자판기라고 한다. 자판기 덕에 커피 해변으로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
별스러울 것도 없는 자판기의 솜씨를 음미하며 커피 해변이라 이름붙인 사람은 누구일까? 그 특별한 감성이 오늘날의 커피 해변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동해의 모래는 곱기도 하다. 엄마는 카페에 들어가자 재촉하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장난스런 웃음이 쾌청한 겨울 하늘과 짙푸른 바다만큼이나 싱그럽다.
이 짙은 동해는 1월 중순부터 인천과 더욱 가까워진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강릉까지 고속열차가 직통 운행되는 것. 서쪽 인천에서 동쪽까지의 횡단 열차 여행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신연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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