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인물

현재 수봉(근린)공원으로 불리는 수봉산은 숭의동, 도화동, 용현동에 걸쳐 있는 해발 104m의 작은 산이다. 그리 높지도 않고 편의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 주변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으로 4월이면 만개한 벚꽃이 절경을 이루는 도심 속의 공원이다.
한 때 수봉산의 수봉놀이동산(수봉랜드)에는 휴일 평균 5만 명 내외의 시민들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략 1980~90년대 사이 유소년 시기를 보낸 분들이나 그 아이들을 키운 부모 세대들은 그 때의 추억 한 자락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수봉산에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는 기념물이 상당수 모여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보훈처 공식블로그에 인천의 호국보훈공원으로 소개될 만큼 수봉산에는 현충탑(1972년),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1979년), 인천지구 전적비(1980년), 자유와 평화의 탑(1981년), 망배단(1988년), 무공수훈자 공적비(2014년) 등의 기념물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대부분 1970~80년대 조성되었는데, 어떤 연유와 경로로 수봉산에 오게 되었을까?
우선 수봉산은 1910년경 『조선지지자료』에 무릿재라는 우리말 지명으로 소개되어 있다. 말 그대로 물을 잇는 고개로 풀 수도 있는데, 20세기 초 주안염전이 조성되기 전만해도 수봉산 북쪽 일대는 일명 주안갯골로 불렸다. 이곳까지 바닷물이 드나들어 멀리서 수봉산을 바라보면 바닷물 위로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물 가운데 있는 섬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지명이 남아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수봉산은 서해바다 저편에서 떠내려 와서 자리를 잡았다는 산 이동 설화도 전해지는데, 이 역시 물(水)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인지 1986년 『지명총람』에 수봉산의 한자를 水峯山으로 적고 있는데, 언제 어떤 이유로 현재 사용하는 壽鳳山이 됐는지 확실치 않다. 다만 옛 사람들이 수봉산의 정기(精氣)가 좋아 남자아이를 많이 태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는데, 산을 신령스럽게 포장하다가 보니 이름에 전설의 새인 봉황의 봉(鳳)자를 집어넣은 것이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다른 견해로 국어학적인 측면에서 수봉산은 높은 곳을 뜻하는 순 우리말 수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1944년 수봉산이 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혼란했던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그 기능을 다하지는 못했고, 1966년에 이르러 특별 조림 지구로 설정되며 소나무 4만 6천 본을 심는 등 본격적으로 산림을 가꾸고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1972년 8월 15일 자유공원에 있었던 충혼탑을 다시 현충탑이라는 이름으로 수봉산에 새롭게 건립하며 현충 및 공원시설이 본격적으로 개발된다. 당초 충혼탑은 1953년 6월 재향군인회 인천지부에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故신현홍 중령 등 참전용사 504명의 영령을 추모하고자 자유공원에 건립했었다. 그런데 도화동의 옛 선인체육관 자리에 있었던 전몰장병 379명의 국군묘지가 1968년 서울의 국립묘지로 이장되며 이를 계기로 충혼탑을 다시 건립하자는 여론이 조성되고, 건립 부지 임야 1천 평을 기증 받아 비로소 현충탑이 수봉산 정상에 건립된 것이다. 이전까지 현충일 추모행사는 도화동에 있었던 국군묘지에서 열렸었는데, 새롭게 현충탑이 건립되며 매년 6월 6일 현충일 기념식을 수봉산에서 거행하고 있다.
1976년 현충탑의 보수를 계기로 주변 조경사업을 실시하였는데, 그 다음해의 전경 사진을 보면 정상부 가운데 현충탑이 서있고 주변에 작은 나무들이 줄줄이 새로 심어졌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수봉산은 현충탑 건립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기념물들이 연이어 설치되며, 水峯을 버리고 새로이 壽鳳이라는 신비로운 한자 이름을 얻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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