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숭의평화시장은 왁자지껄하고 분주했다. 주위에 특별한 상권도 없고 유동인구도 적은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게 얼마 만인지, 상인과 주민들은 놀라워했다. 놀라움의 중심엔 숭의평화시장 입주단체인 (주)문화바람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함께 기획한 축제 ‘숭의평화시장 대모험’(이하 시장 대모험)이 있었다.
이에 대한 공로로 김경원 문화바람 대표는 지난 연말 인천시 모범시민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를 만나 숭의평화시장에서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 대표는 문화기획자다. 2016년 미추홀구에서 숭의평화시장 입주단체와 개인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읽고 직원들과 시장과 주변을 답사했다.
“이곳이 예전엔 원도심이었는데 신도시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가라앉았더라고요. 사람이 없어 삭막한 느낌이었어요.”
숭의평화시장은 곳곳에 비어 있는 상가가 많아 구에서 예술가나 청년기업가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상주하게 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에 먼저 입주한 분들은 대부분 각자 활동하고 있었어요. 이들을 모이게 하고 상인, 주민들 사이를 연결할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역할을 자처하면서 우리 단체가 시장에 입주하게 된 거예요.”
2016년 11월 입주하자마자 하루짜리 문화예술강좌를 열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떡국을 끓여 주변 상인, 주민들과 나눴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인들의 반응은 따뜻했다.
“떡국을 드리니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문화바람이 들어오니까 숭의평화시장에 진정한 평화가 왔다고요. 우리가 하는 활동이 잔잔하면서도 새롭다며 좋아하셨어요.”
2017년 지역문화진흥원에서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공모했다. 문화바람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는 시장대모험 축제를 기획해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장 입주작가, 외부 공방작가 등 8명이 기획단을 꾸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한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시장대모험 사업 첫해, 폐허나 다름없던 시장에 하나 둘 주민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볼 것, 즐길 것 많은 축제는 입소문을 탔고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많아졌다. 첫해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2018년 두 번째 시장대모험 축제는 더욱 탄탄해졌다. 4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또는 토요일마다 공연, 체험부스, 판매부스, 먹거리부스 등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종이박스를 모아 놀이터를 만들고, 쓰레기를 주워 가져오면 기념품을 나눠주고, 상가 건물을 으스스한 도깨비집으로 만들기도 했다. 어른들을 위한 손뜨개 부스도 마련했다. 떡볶이와 어묵 등 간단한 먹거리도 판매했다.
“뒤로 갈수록 참가자가 점점 늘어났어요. 기존 참가했던 분이 새로운 사람을 데리고 오는 일이 많아진 거죠. 시장 상인과 주민들이 함께 즐거워하니 축제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 뿌듯하고 기쁜 일은 없죠.”
사실 처음엔 오해도 많았다. 이들을 구청 직원으로 생각하거나 이들의 활동을 낯설게 바라보는 주민도 있었다. 김 대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차례 도시락 100여 개를 입주 작가들과 직접 만들어 시장 상인들에게 배달했다. 도시락을 매개로 소통하겠다는 그의 전략은 성공했다.
“도시락 배달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주고받게 되더라고요. 서로 이해하게 되고 오해가 풀리는 게 느껴졌어요. 축제나 여러 사업을 진행할 때 우리를 지지해주고 또 축제에 상인분들이 참여하고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도한 거였는데, 그 뜻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문화바람이 시장에 상주하는 기간은 올해 1년 남았다. 올해도 시장대모험 축제를 이어갈 생각이다. 더 나아가 시장에 입주한 공방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 그리고 시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도 고민 중이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시장을 만드는 것, 김 대표의 가장 큰 바람이다.
“우리 단체가 언젠가는 시장을 떠나겠죠. 그때 주민들에게 ‘너희 정말 수고했다, 너희 덕분에 즐거웠다’는 말을 듣는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은 아쉬워서 울게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그건 욕심이겠죠. ‘수고했다’는 말 들을 수 있도록 남은 1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