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에 도시농업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해 주안동에 미추홀구 도시농업지원센터(승학길 104번길 40-3)가 들어선 뒤 구에선 센터를 운영할 사업자를 모집했다. 선정된 곳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12년 동안 인천 곳곳에서 도시농업 운동을 활발히 펼쳐온 단체다. 이 단체의 대표이자 센터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갖게 된 김충기 씨를 만나 도시농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2007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처음 생길 때만 해도 도시농업이란 말은 대중에게 생소했다. 선배의 권유로 네트워크 일을 시작했지만 김충기 센터장 역시 아는 게 많지 않았다.“김진덕(현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 선배에게 도시농업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농사짓는 걸 봐 왔고, 농촌과 농업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어서 함께 하기로 했죠.”김 센터장은 귀농운동본부에서 농부학교를 수료하고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생태공부를 해나갔다. 공부하면 할수록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선 도시농업과 생태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도시에선 순환이 일어나지 않아요. 빗물조차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구로 흘러가죠.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고요. 예전 농촌에는 쓰레기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두면 퇴비와 거름이 되었거든요. 도시농업도 순환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을 파괴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죠.”도시농업네트워크는 그동안 교육사업과 도시농업 정책개발, 공동체텃밭 사업, 토종씨앗 채종, 학교텃밭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가장 주요하게 여기는 건 교육사업이다. 특히 도시농업기초과정인 ‘도시농부학교’에서는 순환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농사법을 3개월에 걸쳐 교육한다.“‘흙과 땅을 살리는 게 사람을 살리는 것’이란 내용으로 첫 강의를 시작해요. 단순히 먹거리를 내 손으로 길러 먹으려고 오신 분들이 많은데, 강의가 끝나면 ‘도시농업에 이런 의미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죠.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 친환경 농사방식도 쉽게 동의를 하시고요.”핵심은 농작물을 길러내는 땅의 힘, 즉 땅심을 살리는 것이다. 땅심은 흙이 좋아하는 미생물이 결정하고, 미생물은 좋은 퇴비에서 오며, 좋은 퇴비는 땅에서 난 모든 유기물이 발효한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는 퇴비가 되고 퇴비는 땅심을 돋우며 그 땅에서 자란 농산물은 건강하게 자라 병해충에 훨씬 덜 시달린다. 그리고 다시 좋은 먹거리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이것이 순환이다.“농사를 지으면서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각하고, 삶이 바뀌고, 깨달은 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 ‘도시농부’라 생각해요. 단순히 먹거리를 길러 먹는 것만으론 부족하죠.”도시농업지원센터는 미추홀구에서 조성한 친환경 도시농업농장 어울림텃밭과 아주 가까이 있다. 행정기관에서 주도하는 텃밭사업이 김 센터장에겐 반가운 한편으로 우려도 따른다.“행정 주도의 텃밭을 주민들은 ‘혜택’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요. 올해만큼은 내 땅이고,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사유지처럼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분명히 공유지거든요. 그만큼 의무와 책임도 있어야 하는데 구에선 분양한 후엔 별다른 조치가 없죠. 이런 방식은 참여자와 참여하지 않는 주민을 대립하게 만들어서 갈수록 불만이 쌓이게 돼요. 또, 1년마다 참여자가 무작위로 바뀌는데 굳이 흙을 좋게 만들 필요를 느낄까요? 올해만 농사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그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방식은 ‘공동체텃밭’이다. 텃밭을 개인이 아닌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토론을 통해 자체적인 운영규정을 만들거나 텃밭이 지향하는 가치와 농사법, 주민들 간의 최소한의 의무와 권리를 스스로 정하기도 한다.너무 어려운 일일까? 그는 교육을 거쳐 간 40여만 명의 수강생(연인원 누적)을 통해 가능성을 본다.“작년에 도시농부학교를 수강한 어르신이 얼마 전 전화를 주셨어요. 아파트 노인정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노인들과 경작해보고 싶다면서 관련 프로그램이 없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무척 반가운 제안이었어요. 센터에서는 이런 소소한 공동체 텃밭을 지원하는 예산을 세울 예정입니다.”센터의 도시농부학교는 3월28일부터 6월25일까지 세 달 동안 이어진다. 올해 양봉학교와 마을밥상모임, 청소년 텃밭봉사단도 운영할 예정이다. 땅과 물을 살리고 건강한 생명을 길러낼 도시농부들을 기다리고 있다.(문의 201-4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