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에서 활동하는 사례관리사들은 지난해 한해동안 소위 ‘위기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로 희망을 나눈 이야기를 엮어 ‘아름다운 동행, 우리들의 희망이야기’라는 사례집을 냈습니다. 그 안에는 나눔과 봉사로 치유돼가는 삶의 울림이 가득합니다. 이에 나이스미추에서 매달 한편씩 독자여러분에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이룬 새 삶
봄 햇살이 따사롭던 2014년 5월 홀어머니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로 사는 박필주 씨가 남구청(현 미추홀구청)에 찾아왔다.
“자활 상담을 받고 싶어요. 심장질환을 앓지만 일할 수 있거든요.”
내가 상담하는 사람들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수급 보호가 이루어지는 조건부 자활대상자다. 그들은 대개 근로능력이 있어도 아프다고 핑계대거나, 일하다 다치면 책임질 거냐며 공격하기 일쑤다. 그런데 박 씨는 달랐다.
그는 자활사업인 ‘2014년 희망리본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지게차 훈련을 받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관련 경력이 없어 지게차 운전원이 되진 못했다.
할 수 없이 그는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배송원이 되었다. 그 일은 새벽부터 대량의 식자재를 싣고 내려야 했다. 체력이 약했던 박 씨에겐 무리였고, 결국 실직하고 말았다. 그렇게 2년이 흘러 2016년 6월 박 씨가 나를 다시 찾아왔다.
“배송처럼 힘든 일은 못 해도 부품 조립처럼 간단한 일은 할 수 있어요. 당분간은 취업보다 자활근로를 하고 싶어요. 건강 때문에 잘 다닐 자신이 없거든요.”
그는 마음의 힘마저 잃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어야 했다.
“아직 젊으니 취업하는 게 어떨까요? 박 선생님이 감당할 만한 일로요.”
“힘든 일을 못하는 제게 손길 내밀 곳이 있을까요?”
그는 변함없이 일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일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다.
“그럼요. 포기하지 않으면요.”
마침내 박 씨는 두 번째 자활활동에 도전했다. 취업성공패키지지원사업에 참여한 그는 건강 상태와 학업 능력 등을 고려해 시설관리직을 선택했다. 직업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하려는 계획이었다.
모든 일이 척척 진행될 즈음 문젯거리가 생겼다. 그의 신용문제와 치아 결손이 취업에 걸림돌로 드러난 것이다. 그는 휴대폰 요금을 장기 연체한 신용불량자였고 추심업체로부터 수년째 채무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치아 손상이 심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마침 인천고용센터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전환되면서 입주기관들이 연계해 복지·채무·서민대출 등 상담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곧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채무 상담을, 복지지원팀에서는 치과 지원을 맡아 주었다.
그해 12월 초 박 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 받고 법원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법원에서 접수번호를 받는 것만으로도 독촉이 정지된대요. 개인워크아웃이 확정되기까진 2개월이 걸린다지만 제겐 긴 시간이 아니에요. 수년째 독촉 전화와 문자로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이젠 그 족쇄에서 풀려나 내 작은 일상을 되찾는 것 같아요.”
그의 바람대로 두 달 뒤 채무조정이 결정됐다.
한편 복지지원팀에서는 박 씨를 이랜드재단 치과진료비지원 대상자로 추천했다. 지정병원에서 진료하고 예상 진료비가 포함된 치료 계획을 재단에 신청하면 됐다. 그런데 박 씨는 석 달이 되도록 병원에 가지 않았다. 내가 여러 차례 독려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실망한 나는 병원 연계를 취소하겠노라고 거짓 압박까지 하고 말았다.
산을 넘으니 또 산이랄까. 우여곡절 끝에 일체의 서류를 이랜드재단에 제출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박 씨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이다.
“박 선생님, 병원에 안 간다고 재촉까지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쉽지만 괜찮아요.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았겠죠.”
그가 태연히 말했으나 마음이 쓰였다. 빨리 치아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러 치과에 자문하고 적십자, 셀트리온 등 다른 자원 연계 방법을 모색했다.
그 사이 박 씨는 직업훈련을 수료하고, 공조냉동기계양성과정을 마친 후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꾸준히 일자리를 찾아다녔고, 마침내 2017년 7월 호텔 시설관리직으로 취업했다. 목표에 성공한 것이다.
박 씨가 취업했으므로 가족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이 변경됐다. 그의 어머니는 83세 고령으로 지체장애 4급 등록 장애인이었다. 박 씨도 2012년 심장에 석회가 쌓여 굳는 질환을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가 안 되는 불치병 진단을 받고 있었다.
그에게 장애등급을 받게 했다. 등록 장애인의 경우, 차상위 기준이면 소득 30%가 공제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구를 분리해 어머니와 박 씨가 지속적으로 보호받게 했다.
“내년 상반기엔 공조냉동기계 자격증을 따고, 하반기엔 전기기사 자격에 도전할 거예요.”
당당한 사회인으로 거듭난 박 씨, 이제 그는 장래 계획을 야심차게 설계하고 있다. 그의 앞날에도 빛나는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