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인물

황경란 작가, 첫 소설집 `사람들` 펴내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사람, 외국인 노동자,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주로 신문이나 텔레비전 사건 사고 뉴스에 등장할 뿐, 이들의 일상적인 삶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황경란 작가의 소설에서는 다르다.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하면서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이 그의 책 속에선 당당히 주인공을 차지한다. 가려졌던 그들의 삶이 작가의 펜 끝에서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미추홀구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첫 소설집 `사람들`(출판사 산지니)을 펴낸 황경란 작가를 전화 인터뷰했다.

 

직장을 다니던 20, 회사에서 사보를 담당했다. 갑자기 글을 `펑크`낸 이들을 대신해 `땜빵 원고`를 썼다. 글을 읽은 이들이 그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특별한 목표 없이 퇴근 후 혼자 글을 썼다.

 

40대에 접어든 2012, 그동안 써놓은 글 중 몇 편을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농민신문`에서 반가운 당선 소식이 들려왔다. `등단 작가`가 된 순간이다.

 

"낮에 일하고 남은 시간에 글 쓰는 게 재미있었어요. 제 개인사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신문 읽는 걸 좋아했어요. 신문에 나왔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죠."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인물과 사건, 배경을 소설에 풍부하고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발달장애 아동기관이나 노인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전 취재를 탄탄히 한 덕분이다.

 

여덟 편의 소설에는 그가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들은 것, 느낀 것들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여 있다. 표제작 `사람들`의 신입 기자, `선샤인뉴스`의 시각장애인과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활동가, `얼후`의 연변에서 노래하는 소년 등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저마다 생명력을 얻는다.

 

`사람들`에서 그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맨 마지막에 실린 `언덕 위의 집`이다. 어린 아들의 기억이 담긴 집을 떠나지 못하는 늙은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 글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쓴 글이면서, 수록된 소설 중 유일한 미발표작이다.

 

"제가 주안5동에서만 40년 살았어요. 지금도 인근에서 살고 있고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미 염전은 없었고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죠. 오래된 동네가 허물어지고 재개발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쓴 글이에요. 그래서 애정이 가요. 재개발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아요. 환경은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제게는 정서적으로 아쉽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다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걸 소설로 쓴 거고요. 결국 공동체가 어떻게 바뀌느냐, 무엇을 기록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그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글만 써서는 먹고살기가 마땅치 않아 낮엔 다른 일을 한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도 한다. 생계를 위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짬짬이 글감을 떠올리고 날마다 글을 쓰려 애쓴다. 100세를 한 해 앞둔 노인의 이야기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역시 황 작가가 사는 동네를 배경으로 했다. 요즘은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확실한 건 없어요. 아마 지금처럼 사회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쓸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쓴 글 속 인물들이 앞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늘 궁금해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이 사연 많은 사람들 곁을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소설이 되었으면 합니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분명히 들었던 뉴스 한 토막 속에 우리를 더해, 길 한복판에서 한숨을 쉬어본 적 있는 우리들의 안부 말이지요." 그의 안부 인사에 독자로서 응답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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