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손등에 주름이 깊은 이들이
책상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들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진 뽑기 장난감.
가느다란 전선들이 연결된 작은 부속품에 온 신경을 집중해 몰두하고 있는 모습에 전문가의 느낌이 뚝뚝 묻어난다.
이곳은 고장난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곳,
`뚝딱장난감 수리연구소`(문학경기장 내)다.
뚝딱장남감 수리연구소 주변으로 산처럼 높이 쌓인 장난감들은 전국에서 택배로 보내온 것들이다. 아이들의 애정이 담뿍 담긴 장난감들이 하루 평균 스무 개씩 이곳에 도착한다. 즉시 고쳐 당일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양에 따라 수리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조금 늦어도 고객들은 감지덕지. `뚝딱장난감 수리연구소` 온라인 카페에는 고쳐진 장난감을 받은 이들의 감사와 응원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선뜻 후원금을 입금하는 이들도 있다.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사업을 처음 구상한 이는 하국환(65) 사무국장이다.
"퇴직하고 손주들이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거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장난감이 고장 나면 고칠 데가 없더라고요. 이걸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서 재능기부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공직생활을 하다 은퇴한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퇴직 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이들이 흔쾌히 응했다. 이곳의 맏형 김성수(74) 씨는 30년 군인 생활 후 자동차 운전학원 강사를 하다가 지인의 제안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관심은 있었어도 이런 쪽으로 지식은 없었어요. 잘 고치는 선수가 몇 분이 있어서 저도 배워가면서, 회로도도 그려보고 고민해서 하는 거지요."
그는 안경을 쓰고도 작은 부속품들이 잘 보이지 않아 커다란 돋보기를 책상 한쪽에 비치해 두었다.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권영섭(72) 씨는 이전까지 집에서 형광등 하나 갈아본 적 없는 이른바 `기계치`였다.
"제가 학교에서 가르친 과목이 체육이었어요. 잘 모르니까 배워가면서 하는데 고칠 때마다 아주 재미가 커요. 집에서 형광등도 못 갈아봤는데 여기 와서 이런 걸 다 해본다니까요. 지금은 집에서 뭐 고장난 거 있으면 자신 있게 고쳐요. 식구들이 아주 좋아하지요."
현재 7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의 표정엔 즐거움과 열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수리비를 받지 않기에 수입은 많지 않다. 몇 시간 동안 몸을 웅크리고 작은 부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진땀이 나기도 한다. 장난감에 손을 다치는 일도 다반사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수리한 장난감을 받은 이들이 전해오는 기쁨과 감사의 메시지이다.
"아이들한테는 장난감이 친구잖아요. 친구가 병이 나거나 아프다고 버릴 수 있겠어요? 아이들의 친구를 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 자체로 보람을 느낍니다. 또 열심히 고쳐서 보낸 장난감들을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동안 육아하시는 부모님들도 잠시 쉴 수 있으니 저희도 기쁘지요. 또 고치기 어려운 장난감을 연구원들이 합심해 고쳤을 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모든 장난감을 다 고칠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장난감을 분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거나 망가진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다른 장난감에서 부속품을 떼어 내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못 쓰거나 안 쓰는 장난감을 기증받아 사무실에 쌓아놓았다. 그래도 수리율은 95%에 달한다.
오래 지속 가능한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작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장난감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은 평생 무료 AS를 보장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일을 할 거예요. 그 다음엔 또 우리 후배들이 이어서 하겠죠."
이들이 수리한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가 언젠가 그들의 후배가 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선행의 아름다운 순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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