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주안4동은 시민공원역에서부터 석바위시장역을 지나 승기사거리 너머에 이르는 주택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사를 가고 오래된 주택들은 빈 공간이 돼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이웃 간 정이 있는 정다운 골목과 사라져가는 주안4동을 기록한 책이 출간됐다. 바로 채수빈 작가의 ‘주안4동 아카이브’다.
‘74세 할머니가 47년간 살았던 동네를 22살 손녀가 기록한 책’으로 사라져가는 주안4동 일대를 예쁜 사진과 주민 인터뷰로 차곡차곡 담았다.
작가는 신도시 아파트에서 20년간 살다가 3년 전 주안4동 할머니 동네로 이사왔다. 오랜 세월 주안4동에서 살아오신 할머니는 손녀딸에게 카메라로 집만이라도 기록해달라 부탁하셨고, 그렇게 손녀는 처음 아카이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손녀는 ‘할머니의 삶의 터전이며, 아빠에겐 어린 시절 추억인 이곳을 더 늦기 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여에 걸친 작업을 책으로 옮겼다.
주안4동은 골목과 주택이 많은 거주 공간이 밀집된 평범한 지역이다. 채 작가는 그런 평범함이 주안4동만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평범하고 친숙한 동네인 만큼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더욱 많은 것 같아요. 이곳의 특이점을 꼽자면 오히려 너무 평범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포인트 컬러로 ‘주황색’을 골랐다. 책 표지와 폰트, 스티커 곳곳에 들어가 있다.
“주안4동에는 벽돌집이 정말 많아요. 노을질 때 붉은 벽돌집을 바라보면 벽돌색이 주황빛으로 보이더라고요. 요즘 레트로 열풍이잖아요? 주안4동의 오래된 간판들이 레트로한데 주황색과 잘 어울려요.”
오래된 동네인 만큼 획일화된 디자인 대신 다양한 손글씨와 모양으로 멋을 낸 간판들이 보였다. 이들 간판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레트로한 옛날 간판들에서 시대 반영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디자인을 하다 보니 디자인적 영감도 많이 받았고요. 또 간판을 촬영하다 보니 동네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작가가 간판으로부터 받은 영감은 책과 함께 제작된 굿즈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간판의 이미지를 담은 스티커, 사진엽서, 마스킹테이프 등 오래된 주안4동의 모습을 담아냈다.
작업을 학업과 병행하다보니 아카이빙 작업은 주로 밤시간을 이용했다. 처음 마주하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새로 도전하는 분야에서 상의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SNS로 응원 메시지를 여럿 받았고 이것이 작업에 동력이 됐다.
“저는 겨우 3년 거주했는데 메시지 주신 분들은 25~30년 살았다고 연락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자신들의 추억을 작업해줘서 고맙다고 연락왔을 때 뿌듯했습니다.”
‘주안4동 아카이브’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순정책방’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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