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주안3동과 주안7동을 지나다 보면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모으는 이분을 만날 수 있다. 지난 31년 동안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한결같이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던 경험이 주변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지나칠 수 없게 했다고. 지난 3월,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올해로 82살이 된 주안3동 토박이 기부왕 김춘선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우선 축하드립니다. 지난 3월, 제13기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셨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주안3동에 사는 김춘선이라고 합니다. 부끄럽습니다. 그저 고철이나 폐지를 모아 조금씩 어려운 이웃을 도운 것뿐인데, 이렇게 큰 상도 받고 인터뷰도 하게 돼서 진짜 많은 기부를 하시는 분들한테 죄송하기도 하네요. 먹고 싶은 거 참고 조금씩 모이는 돈을 은행에 저축했다가 주로 명절 때 쌀이나 라면을 사서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처음 쌀 3포를 기부한 게 1993년이었는데 어느새 31년이나 됐습니다.
▶ 1993년에 처음 기부를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 저희 나이대 분들은 거의 그렇겠지만, 어렸을 때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밥이 없어서 먹을 것을 얻으러 다니는 일도 많았죠. 20대에 고물상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남의 땅에서 하다 보니 이사도 참 많이 다녔어요. 그때 경험이 주변에 사는 어려운 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했습니다. 1993년에 처음으로 동사무소에 쌀 3포대를 전달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죠. 사글세를 살면서도 기부를 하니까 이상하게 보시는 이웃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밥은 굶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어려운 분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 가족들은 선생님의 기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지금은 아내와 함께 손수레를 끌며 고철과 폐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내 없이는 하기 힘들죠. 예전에는 아내가 폐지 주우러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니까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취객한테 맞을 수도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취객한테 맞아서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 그 문제로 출연했는데, 그때 이후로 다시는 이른 새벽이나 밤늦게 다니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두 아들도 위험하다고 반대했었지만, 지금은 충분히 저를 이해해 줍니다.
▶ 젊었을 때는 어떻게 사셨나요?
◎ 20대 때부터 고물상을 했습니다. 힘들게 일했지만, 내 땅이 아니다 보니 30여 번이나 이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돈을 모아서 주안동에 땅을 샀는데 친구가 그 땅문서를 몰래 가지고 도망갔습니다. 겨우 모아놓은 재산을 날리고 나니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살았던 경험이 주변 어려운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50대가 되어서야 기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수레를 끌고 나가서 고철과 폐지를 수집하고 계시는데요. 여름, 겨울에는 날씨 때문에 더 힘이 들 것 같은데,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시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건물에 무료 급식소를 열어 끼니를 때우기 힘든 분들한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에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어려운 분들을 돕는 마음이 날씨의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철이나 폐지를 주워서 버는 돈은 내 돈이 아니에요. 이건 어려운 분들한테 가는 겁니다.
▶ 30년이 넘는 동안 2천여 포가 넘는 쌀을 기부하셨어요. 주변에서 많이 알고 계신지요?
◎ 제가 명절 때마다 행정복지센터에 쌀을 기부하니까 직원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세요. 그래도 주변에서 가장 많이 알게 된 건 TV에 출연하고 나서일 겁니다. TV에 출연하고 난 후에 폐지를 모아주시는 분들이 생겼거든요. 사실 주변에서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할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아내가 대장암 수술도 하고 다리 수술도 해서 한동안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저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같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없으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결혼 후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