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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우리의 부모님들


                                                                류용규 (도화동)


 "나이를 먹으니까 현기증이 나.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 죽지 못해 또 목욕을 왔네. 미안하네." "에이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요... 괜찮습니다."  "올해 몇인가?" "예, 토끼띠입니다." "응, 우리 막내아들 보다 두 살 많군 그래. 허허. 젊은 친구가 싹싹허구 인사성도 밝아서 이렇게 염치없이 매번 부탁하네..."

 오늘도 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할아버지의 등을 밀면서 이런저런 선문답을 나눈다. 할아버지의 얇디얇은 등줄기, 삶의 파편들이 군데군데 자국으로 남아 있는 모습 속에서 내 아버지의 모습이 절절히 채색돼 온다. 처음 이 할아버지를 뵌게 한달전 쯤이다. 한참 목욕 중에 곁에 다가와서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하시는 어르신을 보고 짐짓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무나 노쇠한 모습으로 몸을 가누기도 버거운 듯한 노인이셨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런 분의 부탁에 일순 머뭇거린 스스로의 몰염치에 부끄러움도 함께 느꼈다. 하지만 주말마다 뵙고 급기야 등을 밀어드리는 일이 마치 약속이나 된듯 자연스럽게 이어지자 죄송함이 약간 사라졌다.

나도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금년으로 5년째이고 급기야 아버지는 1년전 부터 노인성 치매 증상을 보여 지금까지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계시다. 예전의 기억을 상실한 채 누워 계시는 아버지 모습이 눈에 밟혀 지금 이 할아버지 등을 밀어 드리는 일이 함께 교차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아버지마저 기억의 저편에서 건너오시지 못하고 있으니 너무나 가슴이 아픈 것이다. 이렇게 이름모를 어르신의 등을 밀어드리면서 부모님의 은혜가 자꾸만 더 커짐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고통과 헌신, 그리고 무한대의 무조건적 사랑. 내가 그 은혜의 반에 반이라도 답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부끄러워진다. 날로 커 가는 내 자식들에게 쏟는 정성과 애정보다 더, 오늘도 황망히 왜소해져 가는 아버지께 바쳐야겠다는 다짐을 골백번도 더 했다.

 

 아버지가 하루빨리 기억의 상실에서 벗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제 자리로 돌아와 든든한 집안의 어른이 돼 주시길 오늘 또다시 이 할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리며 더욱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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