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화제는 바로 [킹스 스피치]였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태생의 연극적 중심 틀을 그대로 유지한 이 소품
영화는 당연시 기대했던 남우주연상은 물론이고,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명실공히 최고의 작품임을 뽐내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랙 스완], 남녀조연상을 수상한 [파이터], 각색상과
편집상, 음악상을 수상한 [소셜 네크워크],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악편집상,
음악효과상을 휩쓴 [인셉션], 거기에 [127시간] 까지, 작품상과 감독상을
위협하는 쟁쟁한 영화들이 많았기에 주요 4개 부문 수상은 다소 의외였다. 물론
아카데미는 미국영화계의 시상식으로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처럼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도 아니고, 미국이 관계한 영화 외엔 그 대상도 아니다. 다만
외국어영화상 하나만이 그나마 존재할 뿐. 더군다나 이 외국어영화상에 후보작
한 번 내어본 적 없는 한국으로서는 그저 미국영화들만의 잔치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게 자존심이 덜 상할지도 모르겠다. [킹스 스피치]는
영국영화이다. 그 역사적, 언어적 공유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연대가
남다른 미국과 영국, 두 나라의 영화 산업에서의 밀접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영화 내에서는 또 다른 영어권의 나라와의 관계가 등장하는데 바로
호주이다. 말더듬이 주인공 국왕 버티 역의 ‘콜린 퍼스’를 치료하는 친구이자
선생 라이오넬 로그는 호주 출신이자, 그 역의 ‘제프리 러쉬’ 역시 실제 호주
출신의 배우이다. 기억하시는가? [샤인]의 감동을? 그렇다. 바로 [샤인]에서 영국
런던왕립음악대학에서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호주 유학생 ‘데이비드 헬프갓’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에는 영국 왕을 치료하고 지도하는 선생이 되어 돌아왔다!
영국인들은 역사적으로 호주인들을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에서야 그런
것들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과거 오랜 역사에서는 영국인들이 많은
죄인들, 특히 사형수나 무기수들을 저 멀리 호주로 유배내지는 추방했었기에
호주인들을 그들의 그림자 속에서 찾으려는 무지한 영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역사적 배경은 영화 [킹스 스피치]를 더욱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만든다.
짧은 글을 마치기 전에, 영화를 보시고 무척 궁금해 하셨을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 니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못 그린 기린
그림이다”의 원래 대사는 바로 이것이다. “I am a thistle. sifter. I have a sieve
of sifted thistles and s sieve of unsifted thistles. Because I am a thistle
sifter.”
김정욱·영화공간주안,
주안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래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