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는 관객상을 수상했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였다. 거장 ‘피터 위어’ 감독, 할리우드 스타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에서 제목을 따온 이 다큐멘터리는 그 근본적인 형식 또한 충분히 활용한다. 마치 평생을 속아 온 한 인간의 인생을 다룬 [트루먼 쇼]의 거대한 마을세트 장을 연상시키듯 [트루맛쇼]는 맛 집 프로그램에 속아온 시청자들을 위한 식당 세트를 짓는 것에서 다큐멘터리가 시작된다.
사실, 공중파 3사의 맛 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게 100%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이 설쳐대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이 그냥 재미 위주의 오락 프로그램처럼 별 생각 없이 보았을 것이기에, 이 다큐멘터리가 ‘뭘 또 그렇게까지’ 대단한 고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SBS나 KBS 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만 그 내용상 사기나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외주 제작사나 방송 브로커들 선에서 조심스레 마무리를 한다. 정작 맛 집 프로그램에 방영되기 위해 평균 천만 원 정도 드는 돈들의 일부가 공중파 관계자에게 들어간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흥미상 브로커의 입을 통해 한 번 나올 뿐 더 깊게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 역시나 전직 MBC 교양PD의 치졸한 복수극이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한 번 튀어 보려는 생 쇼이거나, 좀더 심하게 표현하면 맛 집 프로그램에서 가장 뒤처져 있는 친정 MBC와의 비밀스런 합작이거나. 유독 가장 피해가 적은 MBC가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엄청난 홍보를 해준 것이 그 의심의 시작임을 밝혀둔다.
아무튼 여러 가지의 생각과 여러 가지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는 재미있다. 빠른 편집 컷들은 인터뷰조차 스피드 있게 진행되어 생동감이 넘치고, 영화 전체에 흐르는 기본적인 블랙 유머는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한다.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을 다룬 [바보야], 법정스님을 다룬 [법정스님의 의자], 5·18 광주항쟁을 다룬 [오월愛] 같은 최근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들이 그 소재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목적의식의 불분명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메시지의 부족, 혹은 전무함에 있다. [트루맛 쇼]가 뻔한 방송 다큐의 극장 판 흉내내기 수준의 저질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정확하게 소리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즈음에서 철저한 조사와 시각의 객관성, 거기에 명확한 메시지로 무장한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에 빛나는 [인사이드 잡] 같은 다큐멘터리가 떠오르며 아쉬움을 느끼는 이는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김정욱·영화공간주안,
주안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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