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길을
역마살 낀 내 행동거지와 습관, 땅거미 질 무렵 어둑어둑한 ‘개와 늑대 시간’이 좋아선지 길길이 좋다. 지나가며 느낌이 시(詩)처럼 좋다.
고은 시인의 한줄 시 ‘지나가며’를 또 읊조린다. “절하고 싶다 저녁연기 자욱한 먼 마을…”
무언가 모르게 경배지를 바라보며 조상인지 무언지 모를 숭배의 형채도 없는 시공간에 내 몸이 겸허스러워지는 마음, 길 위에서 만나는 저녁 어스름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싶어진다.
이 모든 것이 걷는 순례길에서 얻는 큰 선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에서 여행을 꿈꾸고 여행길에서 일상을 설계하는가 보다. 그래 다소 미련한 짓 같지만 ‘뫼비우스’의 굴레를 깨려면 안(內)를 박차고 바깥으로 나가야만 할 것이다. 아침 기상과 함께 눈을 묶어두는 곳이라면 먼 발치 스카이라인이다.
산의 능선을 타고, 정상의 나무 꼭대기 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상쾌함은 어디에 비길 때가 없지 싶다. 다소 변하긴 했어도 머릿속의 영산, 진산, 문학산은 근,현대사에서도 자리를 잡고 인천인들의 기상을 다듬어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문학산! 비류 백제의 이야기로부터 지금까지 질곡의 역사를 온몸으로 껴안은 산이 아니던가. 그리움을 일깨우며 가르쳐 주지 않아도 찾아가는 어머니 같은 산, 마음의 유폐(幽閉)를 견디매 지낼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 주는 이유는 그리움을 알고 일깨움의 답을 주는 산이 비록 말은 없지만 말을 하는 산의 마력이 아닐까. 그래서 문학산은 시대의 언어가 살아 있어 공존의 산이 된다.
넋이야 /별빛처럼 빛나던 /고운 임들의 넋이야! (중략)
꽃이 피었는가 보다 ‘문학산의 꽃’이라고 시인 한상억은 읊었다. 그리고 꽃은 님들의 넋이라고 감탄하면서.
꽃이야 /문학산 허구한 세월 /봄을 여름을 가을을 /향수에 적시며 /향기를 덜으며 /피고 진 뭇 꽃이야
그냥 핀 꽃이 아니라 역사 지신의 이름으로 핀 꽃이라고 말하며 바다와 도시를 의욕하며 너와 더불어 산에서 산다고 ‘창변사유’ 속 ‘문학산 꽃’으로 탄생되었다.
년 전국문화단체 총연합회를 주도하에 탄생시킨 시인 한상억은 강화군 양도면에서 태어나(1915~1992) 강화 온수초교와 인천공립상업학교를 졸업 얼마간의 직장생활 후 줄곧 인천문화를 지킨 시인으로 동향출신 작곡가 최영섭과 함께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사가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년 첫 시집 ‘평행선의 대결’을 상재 후 15년의 긴 시간 뒤 ‘창변사유’를 간행, 인생에 대한 체념과 사유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묘사, 구원의 길을 찾는 시인의 고뇌가 마중물 같은 시를 쓴 시인 한상억은 ‘도화동’을 떠나 살지 않은 남구인 이었으나 1987년 외아들을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올라 25년 뒤 LA에서 77세의 일기로 영면했다.
인천의 시인 이록 한상억은 인천 어느 곳 돌이면 돌 나무면 나무에 시인의 얼이 새겨져 있다.
회갑(1976)기념 시집 속에 담겨있는 ‘문학산의 꽃은 시인의 영혼을 달래며 향을 피우고 있겠지.
넋이야/별빛처럼 빛나던/고운 넋이야
‘인천시민헌장비’ 속에도 살아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문학의 정기 감도는 내고향 인천’이라고 했고 ‘인천시민애창곡’집에도 이록 시인의 ‘내 고향인천항’‘눈 감으면 들리는 소리’(황문평작곡) 등 인천사랑이 열매처럼 양광에 익는구나.
/김학균 시인
- 이전글 문학산 삼해주 축제 ‘더불어 함께’
- 다음글 연극과 전통공연 보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