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영화 ‘바다’는 본격 로드무비를 표방하는 ‘고래사냥’의 현대 버전 같은 영화다. 관객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이 영화는 포스터만 보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삶에 대해서 어려운 질문만을 던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필자에게 명쾌한 대답 하나는 똑바로 심어주었던 영화로 남는다.
‘살아있음’. 산다는 것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삶의 지점들.
그 모습을 너무도 따뜻하고 밝게 그리며 보여준 점이 필자에겐 무엇보다 큰 위로와 위안이 됐다. 사실 최근의 한국 독립영화들에 크게 기대를 하지 못하던 필자에게 이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대책 없는 긍정, 무책임한 결말이 아니라 어찌됐든 이 영화는 힘겹게라도 많은 것을 끌고 가보려는 듯 한다. 비록 언젠간 놓더라도 끝까지 다한 최선 이후로는 아무런 여한이 없는 것처럼.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라는 이름의 굴레 안에서만 작품을 가둬두기엔 등장인물들의 전반적인 에너지가 풍부하고, 촬영에 있어서도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들의 연기 흐름과의 조화가 상당히 부드럽게 느껴져, 오히려 독특한 세련미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면 또한 심오하다 할 것까진 없지만 마냥 우습거나 싱거운 결말이 아니었다. 대개 우리는 영화관을 나올 때 명쾌하고 속 시원히 결말내지는, 혹은 식어버린 라면국물 맛 같은 결말의 제한된 갈래 길 중 강제적인 선택을 통과하기 마련이다. 전자는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놀이공원 수준의 즐거움을 주지만, 후자는 어둠의 침묵 속으로 혀를 봉인시키거나 스스로의 자괴감으로까지 치닫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바다를 보고 나서의 느낌은, 굳이 계속 맛에 비유하자면, 메밀국수와도 같은 깔끔하면서도 냉정한 맛이었다. 물론 필자의 맛의 기준이니 관객 모두가 같은 미각으로 살아가진 않겠지만, 각자 다른 느낌의 감상이 영화보기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바다’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꾸 인물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짧은 영화 속의 며칠로는 다 보여지지 않는 그들의 과거는 과연 어떠했을까? 우리들도 수많은 시간 중에 남들과 공유하고 모두에게 보여주는 시간은 실상 얼마 되지 않는다. 그저 막연하게 영화 속 인물들의 지난 삶들을 좀더 들여다 보고 싶었고, 필자 스스로도 잠시나마 돌아보고 싶어졌다. 힘 내!' 라고. '그래도 어쩌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이렇게 바다는 나를 긍정으로 이끌었다. 바쁜 하루, 극장에서라도 시원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필자는 오늘 충분히 행복하다.
김정욱·영화공간주안,
주안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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